빚을 내 해외 자산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다가 경영난에 빠진 중국의 대형 민영기업 하이난항공(HNA)그룹이 4개의 별도 회사로 분리될 전망입니다.

오늘(25일) 중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NA그룹은 지난 23일 밤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채권단이 표결로 자사를 항공·공항·금융·기타 사업의 4개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파산 구조조정안을 통과시켰다고 공지했습니다.

HNA그룹 파산 구조조정 사건을 주관하는 하이난성 법원은 이번 표결이 파산법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구조조정안은 내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결정을 통해 확정될 예정입니다.

지난 9월 진행된 채권인 회의에서 하이난항공의 총부채는 1조1천억 위안(약 203조 원)으로 확정된 바 있습니다.

구조조정안이 확정돼 시행되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국유기업 하이난성발전지주와 민영기업 랴오닝팡다 그룹이 380억 위안(약 7조 원)을 주력 회사인 하이난항공 등 HNA그룹 계열사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지난 1월부터 시작된 HNA그룹의 파산 사태는 정리 국면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부채로 위기에 빠진 HNA그룹의 구조조정 사례는 최근 파산 위기가 불거진 헝다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헝다가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게 되면 채권자들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해 구조조정 또는 청산 절차가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최근 기사에서 "HNA그룹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선례가 될 수 있는데 이 사례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돌려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 그룹은 해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급속히 종합 기업으로 사세를 키웠습니다.

절정기인 2015∼2017년 인수·합병(M&A)을 통해 힐튼호텔 지분, 도이체방크 지분, 홍콩 부동산 등을 대거 사들이는 데 400억 달러(약 45조 원)를 쏟아부었습니다.

HNA그룹은 주로 중국 대형 은행에서 끌어낸 차입금을 활용해 이처럼 급속히 몸집을 불렸는데 이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중국 권력층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대규모 자본 유출 사태를 겪은 중국이 2017년부터 과도한 차입금에 의존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던 안방보험, 완다그룹, HNA그룹 등 중국의 대형 민영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HNA그룹은 자금난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걷게 됐습니다.

[ 임정화 인턴기자 / limj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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