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파산설에 휩싸인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관련 사태 때문에 중국의 가계 소비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은 조사국 국제경제부는 16일 주간 간행물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중국의 가계 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헝다 사태에 따른)주택시장 둔화는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중국 도시 주민의 가구당 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9.1%로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기타 실물자산(20.5%), 금융자산(20.4%)이 뒤를 이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신규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고 학군제도를 개편하는 등 조치를 통해 주택 투기 잡기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시장이 이미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헝다 사태로 주택시장이 더 침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은은 "무관용 방역 조치로 소비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주택시장 부진이 가세하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헝다 사태가 건설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의 충격이 부동산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지 않도록 유동성 지원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한은은 "이번 사태는 중국경제가 떠안고 있는 다양한 구조적 문제 중 일부가 드러난 것일 수 있고,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고진경 기자 / jkko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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