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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책과 지성] 테스형은 왜 질문을 던졌을까
기사입력 2020-11-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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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교육방법을 흔히 산파술(産婆術)이라고 한다.

산파는 말 그대로 아이를 낳을 때 산모를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더 확장된 의미로는 어떤 일을 실현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지칭한다.

후세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의 어머니 직업이 산파였던 것에서 착안해 소크라테스 교육철학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산파술'이라는 말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자세를 정확하게 상징해 준다.

산파는 산모가 아이를 낳는 것을 보조할 뿐 직접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는 산모가 낳을 수밖에 없다.


소크라테스는 산파가 작접 아이를 나을 수 없듯이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진리를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승은 제자가 진리를 향해가는 길을 제시하고 과정을 도와주는 존재일 뿐이다.

지식의 산파 역을 하기 위해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방법이 대화법이다.

소크라테스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제자를 자연스럽게 진리의 길로 이끌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진리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라고 전제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델피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던 '너 자신을 알라'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진리를 찾아가는 질문의 과정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플라톤이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말을 기록한 책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 사람이나 나나 아름다움이나 선(善)에 대해 사실상 모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보다는 현명하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소크라테스의 자세는 사실 매우 실용적이다.

모든 답은 질문 속에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어떤 철학자도 '선(善)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딱 잘라 답하지 못한다.

만약 딱 잘라서 말하는 자가 있다면 공부가 덜 됐거나 경솔한 자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길고 긴 질문 끝에 '선'의 어렴풋한 형체를 만나게 된다.


"선(善)이란 무엇인가?"
"선은 좋은 것입니다.

"
"그렇다면 좋은 것에는 사랑도 있고 권력도 있고 돈도 있을 텐데. 이 모든 것들이 선(善)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
"그렇다면 선은 과연 무엇인가?"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어렴풋하게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가수 나훈아가 콘서트 현장에서 부른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화제다.

가사에 보면 역시나 질문이 나온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우정은 ○○○"이라고 단정 짓는 말보다 '나는 왜 친구만 생각하면 힘이 나는가?'라는 질문이 우정의 본질에 더 가깝다.


질문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질문 없이 단정만 있는 사회는 수준 낮은 사회다.


[혀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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