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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트럼프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
기사입력 2020-11-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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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일은 나라를 조롱거리로 만든 것이다.

대선 불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4년간 트위터에 쏟아낸 멸시와 조롱, 비난과 협박의 수많은 언어들은 우리가 봐왔던 미국의 것이 아니다.

워싱턴 정가의 규범을 뒤집고 파괴하는 트럼프의 등장은 한편에서 통쾌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는 품격이라는 게 있다.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동맹에 돈으로 협박하고, 정상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골프를 치러 가는 대통령에게는 품격이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기회의 평등, 다양성 존중, 자유로운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는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

수많은 이민자가 몰려들었고 그것이 부의 원천이 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트럼프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한 힘인 소프트 파워를 실추시켰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트럼프 대선 패배에 대해 "이제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소프트 파워는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18세기 프랑스는 나폴레옹 군대만으로 유럽 최강국이 된 것은 아니다.

품격 높은 문화로 유럽 상류사회를 휩쓸었다.

영국은 영어 문화권을 형성해 지금까지 문학과 음악, 공연, 스포츠 등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역사적인 일은 14세기 이탈리아 작은 도시 피렌체에서 일어났다.

유럽 최고 부호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를 300년간 통치하면서 르네상스가 발원한 가장 위대한 도시로 만들었다.

축적한 부로 대대적으로 문화와 예술을 후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갈릴레이, 단테, 마키아벨리 등 수많은 천재들이 모였다.

창의적 인재와 후원그룹이 만나 문화유산을 쏟아냈다.


르네상스 예술의 꽃을 피운 메디치 가문의 활동은 현대 메세나 운동의 대표적 모델이다.

기업이 음악회나 전시회를 여는 것도 메세나이고, 뛰어난 예술 영재를 지원하는 것도 메세나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듯, 소프트 파워는 단박에 획득되지 않는다.

한 사회가 꾸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미상 후보까지 오른 방탄소년단이나 아카데미상을 휩쓴 봉준호,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손흥민,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상상도 못할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세계에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에 물을 주듯이 아낌없이 후원한 기업들이 토양이 됐다.

기업 메세나를 통해 성장하고 튼튼해진 예술은 국가의 품격을 높인다.

최근 작고한 철학자 김용운 교수는 유고집에서 국제사회가 한반도 위기를 함께 걱정하며 협조할 정도가 되려면 우리가 매력적인 문화국가가 돼야 한다고 갈파했다.

독일 패망 이후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로 분할 점령됐던 오스트리아가 영세중립국으로 평화를 되찾은 건 문화의 힘이었다.

김 교수는 슈트라우스 가문의 음악적 업적에 열강들이 오스트리아 국격을 존중하며 중립화를 후원했다고 적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충돌하고 있는 마당에 하드 파워를 통해 강대국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소프트 파워로는 얼마든지 일류 국가가 가능하다.


지금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문화 예술인들에겐 특히나 혹독하다.

공연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예술인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렵게 꾸려온 공연장은 작품을 올릴 때마다 손해다.

그럼에도 기업 후원 연주회는 계속되고 청년예술가를 위한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다음주에는 메세나 활동을 계속해온 기업들을 위한 한국메세나대회가 열린다.

20여 년간 공연 무대를 열고 인재를 후원해온 한국전력 등 많은 메세나 기업들이 함께한다.

소프트 파워가 주도하는 시대에 기업 메세나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퇴장하는 트럼프가 그래도 잘한 일이 있다면 국가의 품격,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깨우쳐준 일이다.


[전병득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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