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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때아닌 북한 원화 강세 현상
기사입력 2020-11-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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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재하에서 미동도 하지 않던 북한의 시장환율이 최근 크게 출렁이고 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예상과는 정반대이다.

외화 부족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이 당연히 상승(평가절하)해야 하는데 오히려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평가절상).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프레스, 데일리NK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원·달러 시장환율은 10월 중순까지 8000원 선이었으나 10월 말부터 크게 떨어져 11월에는 6200~6900원으로 내려앉았다.

종전보다 15~20% 하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70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무려 7년 만의 일이다.

원·위안화 환율도 비슷하다.

위안당 1200원 하던 것이 850~900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매우 제한적인 정보하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추론을 해보기로 하자.
당국의 의도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화가 부족한 당국이 주민들이 가진 외화를 흡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정책으로서 원화가치 상승을 통해 기존의 달러라이제이션을 완화해 외화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비공식 외환시장은 당국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일반 주민들도 외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특히 민간의 '큰손'(환전상 또는 사채업자)들은 북한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공생관계이지만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한다.

따라서 북한 정부로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여건을 만들어야 하고, 시기도 잘 선택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의 지속은 △무역을 위한 외화수요를 억제하고 △중국과의 외화 밀수를 원천봉쇄해 큰손들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 이후에는 무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이후에도 봉쇄가 지속된다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외화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런 타이밍에 외화사용 금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래 규정에는 외화를 직접 사용하지 못하고 원화로 바꾸어서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자국민뿐만 아니라 북한 내 외국인에게도 적용키로 하고 지난달 말 평양 주재 해외공관에 통보했다.

그리고 이 규정을 어기는 사람은 엄격하게 단속한다.

물론 외화사용 금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한 국가비상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5일 당 정치국회의에서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반(反)사회주의적 범죄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이나 큰손들의 반응은 종전과 달랐다.

옛날 같으면 외화사용 금지 조치가 취해진다고 하면 미리 정보를 입수한 큰손들이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너도나도 달려들어 환율이 치솟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큰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아차 하면 시범케이스로 찍혀 호되게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납작 엎드려서 몸조심을 한다.

또 국경봉쇄 지속으로 외화수요는 없고, 오히려 일상적인 원화지출 수요가 있는 주민은 보유외화를 팔아야 하니 외화 공급은 늘어난다.

더욱이 일부는 환율 급락에 크게 놀라서 더 떨어지기 전에 처분하자는 사람도 나타난다.


이러한 북한 원화 강세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 과거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7년이라는 오랜 기간 안정세를 보이던 북한의 비공식 외환시장이, 당국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또 코로나 및 국경봉쇄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든 아니든, 종전보다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양문수 객원논설위원·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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