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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짜리 반짝방역으론 코로나 이길 수 없다"
기사입력 2020-10-3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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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두꺼운 감염병학 책에 손을 얹은 채 코로나19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1990년대 말부터 신종 전염병의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이에 대한 성찰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충우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의학도서관. 하얀 가운 차림에 반테 안경을 쓴 전문의가 테이블 앞에 앉자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도 있습니까?" 고민하는 기색 없이 그는 말했다.

"본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
올겨울 가장 크게 유행할지 모른다는 경고였다.

"우리나라는 1월 20일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왔지요. 확산세가 심해진 2~3월 날씨가 참 쌀쌀했습니다.

바이러스 생존기간이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가장 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기자와 마주한 그는 국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61).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정부 자문위원, 2010~2016년 신종 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장,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엔 국무총리특별보좌관 겸 민관합동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세간에선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 바쁜 나날을 소화 중인 인물로 그를 꼽는다.

정 청장이 정부를 대변해 코로나19에 대응해 왔다면, 김 교수는 민간에서 전쟁을 수행해내고 있다.


매일같이 기자들에게서 십수 통씩 전화받는 일은 예사다.

그날그날 코로나19 관련 외신을 훑고 최신 논문들을 통독하는 것은 기본이다.

새벽녘엔 고려대의료원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19 국내외 현황' 등을 주기적으로 알리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왜 이런 고역을 자처하는 걸까. 김 교수는 "이대로 두고만 볼 수 없지 않냐"고 했다.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언론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데.
▷하루 평균 10~15번, 많으면 30번씩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온다.

보통 월요일이나 주초가 제일 바쁘다.

특정 '이벤트'가 생기면 기자 한 명당 30분 이상도 통화한다.

정부가 보통 일요일 오후에 '깜짝 쇼'처럼 중대 발표를 하지 않나. 여기에 백신·치료제 이슈라도 생기면 잠잘 틈이 없다.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소통'이 매우 중요함을 느낀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하고 때론 비판도 가하며 방향성을 알려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

경험들이 집적된 결과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인포데믹'(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 등이 온라인 공간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이 이슈였다.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고 가짜가 사실로 둔갑했다.

그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메르스보다 빠르게 퍼지는 걸 지켜봤다.

어쩌면 메르스보다 이게 더 문제겠더라. 언론을 통해서든 유튜브를 찍어서든 나라도 올바른 정보, 필요한 정보를 전하고자 적극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 방역 정책을 어떻게 보나.
▷우려스럽다.

10개월째 접어들었는데도 '원칙'이 없다.

합리적이지도 않다.

1~2주짜리 방역 아닌가. 잠깐 방역을 강화하다가 금세 푼다.

그러다 확진자가 늘면 또다시 강화한다.

장기 전망을 갖고 체계적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연히 국민은 지친다.

정부가 뭐라 하든 귀 기울이지 않는 단계가 올 수 있다.


―현재까지 학점을 매긴다면 몇 점인가.
▷잘 줘도 B+. 질병관리청과 정 청장이 나름 노력했지만 국민 요구 수준은 그보다 높다.

뉴질랜드, 대만에 비하면 결코 좋은 학점이 아니다.

짚어보자. 2월 말, 3월 초 코로나가 퍼져 방역을 강화하다 4월에 줄어드는 듯하니 5~6월에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일거 완화했다.

당시 유튜브에서 난 한 번에 완화하지 말라고 했다.

위험 평가를 일일이 거쳐 위험 수준이 낮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무시됐고 8월에 다시 재유행했다.


―이젠 1단계로까지 완화됐는데.
▷일시적 조처라고 본다.

얼마든지 2~3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지금 전 세계 확진자가 3800만명에 사망자는 108만명을 넘겼다(지난 19일 기준으로 4000만명이 확진받고 111만명이 사망했다). 특히 9~10월 가을 들어 유럽, 미국, 캐나다 등 북반구 나라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한다.

우리나라도 50명 미만으로 안전하게 통제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해외 유입자는 늘고 있고, 여기저기 확진자가 속출한다.

1단계 완화는 경제적 타격과 국민 피로감 때문이다.

또 한 번 재유행한다면 아비규환이 될 거고, 앞선 패턴도 반복될 거다.


―올겨울 재유행할 가능성이 상당한가.
▷그렇다고 본다.

아직 본게임도 안 했다.

어쩌면 가장 크게 유행할 수도 있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바이러스 생존율은 짧아진다.

사람들도 날씨가 좋으니 바깥에 자주 나간다.

감염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

반대로 춥고 건조해질수록 바이러스 생존기간은 는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밀폐되고 환기 안 되는 공간에 있게 되고, 사람 간 밀접 접촉이 늘어난다.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가장 좋은 조건이다.

돌이켜보면 지난여름 우리는 방역도 열심히 했지만 '날씨 어드밴티지'를 많이 받았다.

이제는 반대다.

날씨가 '핸디캡'이다.

올겨울 어떨지 보려면 지난 7~8월 호주 상황을 살펴보면 된다.

남반구는 우리와 계절이 반대니까. 호주는 이 시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다.

우리는 호주보나 인구밀도도 높지 않나.
―결국 백신이 나와야 해결될 텐데.
▷오늘(15일)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앤서니 파우치가 내년 4월 이전엔 나올 거라고 했다.

감염병 최고 전문가라는 그도 말을 바꿨다.

애초 올해 말까진 나온다고 했던 그다.

백신 임상에 들어간 기업들도 저마다 임상 부작용으로 중단 상태가 이어진다.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J&J) 등이 그랬고, 치료제로는 일라이릴리 항체 치료제 임상이 중지됐다.


―성공 가능성을 과신한 건가.
▷백신은 10~15년 걸리는 작업이다.

그걸 10분의 1로 줄여 12개월 내에 한다고 공언했으니 그럴 수밖에. 돈과 인력을 쏟아붓는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백신은 가까스로 임상에 들어가도 13개 중 1개가 성공한다.

겨우 7% 확률이다.

지금 10개 정도가 임상 중인데, 일러야 내년 후반은 돼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이것도 가장 낙관했을 때 얘기다.


―안전성도 중요하지 않나.
▷당연하다.

효과만 자꾸 얘기하는데, 백신과 치료제는 두 개의 바퀴가 달린 마차와도 같다.

바퀴 두 개가 있어야 마차는 굴러간다.

한쪽 바퀴가 안전이라면 다른 쪽 바퀴는 효과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

잘못된 백신은 건강한 사람마저도 아픈 사람으로 만들게 된다.


―올겨울 '트윈데믹'(두 개 이상 감염병의 동시 유행) 가능성은.
▷매년 겨울철이면 독감이 유행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트윈데믹도 충분히 예상된다.

증상과 증후가 구분이 어려우니 의사도 판별이 어렵지 않겠나. 다만 독감은 타미플루라는 약도 있고 백신 예방이 가능하다.

마스크 잘 쓰고 손 씻기 잘 하면 독감 유행은 예년보다 적을 거다.

연초 생활 방역 강화로 독감 환자가 적었음을 상기해보라.

―지금 시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980년까지만 해도 감염병의 시대는 갔다고 했다.

각종 항생제가 나오고 백신이 나오고 위생과 영양상태가 증진됐으니. 그런데 착각이었다.

1990년대 말부터 신종 전염병의 시대가 왔다.

'전염병의 반격'이랄까. 에볼라, 신종 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온갖 감염병이 창궐한다.

대중에게 익숙지 않던 감염내과의 중요성도 점점 커진다.

왜 이리 됐나. 근본적으로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코로나19만 봐도 정글에 있는 박쥐에게서 감염된 경우다.

정글은 신종 바이러스가 득실대는 판도라의 상자다.

인간의 탐욕으로 정글이 파괴되고 야생동물이 잡아먹히면서 역으로 자연이 인간을 공격하게 됐다.

그리고 전 세계적 무역과 여행은 놀랄 만큼 늘어났다.

문명의 이기라는 비행기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된 거다.

마지막으로 지구온난화로 각종 감염병이 재창궐하기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세 가지를 지금이라도 성찰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라면.
▷이제라도 좀 멈춰서야 한다.

자연과의 공존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고 그간의 만용부터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전 모습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진정한 20세기가 시작되었듯 21세기는 2020년이 지나야 시작될 것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2020년 이후 세계사는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전 분야가 급변하리라는 점이다.

지금 성급히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인 코로나'라는 전제로 내일을 모색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진화를 거듭하듯, 김 교수 또한 끝없이 진화 중인지도 모른다.

그도 처음엔 환자만 보던 의사였을 뿐이다.

그 의사가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 정부 자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감염병 전문가로, 온 언론이 신뢰하는 커뮤니케이터로 조금씩 진화해 왔다.

인터뷰 말미, 김 교수는 말했다.

"마주하는 현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이하고 진화하듯, 나 역시 변이하고 진화해갈 겁니다.

")
▶▶ He is…
1959년생. 고려대 의과대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감염병계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정부 자문위원, 2010~2016년 신종 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장,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국무총리특별보자관 겸 민관합동공동위원장 등으로 활약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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