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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코로나 검사 한국 20분의1...일본이 검사 안하는 진짜이유
기사입력 2020-03-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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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9] ※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상황은 수수께끼다.

"-뉴욕 타임스
일본은 한국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가장 먼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나라임에도 확진자 수가 그동안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 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한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편입니다.


지난 21일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많은 인파가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올림픽 연기 발표 전까지 일본 정부는 외부 활동에는 큰 문제 없다는 설명을 내놨었다/사진=연합뉴스

불과 며칠전까지 도쿄의 출퇴근 열차는 만원이었고 많은 가게는 성업 중이었으며, 주초 벚꽃놀이 행사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말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독일 비르트샤프츠보헤’(WirtschaftsWoche) 등 많은 외신들은 일본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바이러스 전파와 확산을 억제시키기 위해 적극 대응한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조차 올림픽을 위한 정치적 고려 때문에 코로나19 진단용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적게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일본의 PCR 검사 건수는 약1만5000건으로 한국의 31만건, 이탈리아의 20만건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왜 PCR 검사에 소극적인 걸까요. 이에 대해선 올림픽 때문이었다는 표면적 의혹 이외에, 정부의 소극적 행태를 가능케 했던 일본 사회의 특성과 내부 사정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속내 보이면 안돼"…공권력에 순응하는 국민

지난해 8월 서울대에서 열린 당시 조국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시위/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해 불만이 있는 일본인들은 많습니다.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는 정부의 태도를 성토하는 글도 상당하죠. 그렇지만 한국과 달리 공공연하게 표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부의 방침이 내려지면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게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폴 에크만 교수는 "일본인은 타인 앞에서 분노 등 속마음을 보이면 안 된다는 특유의 규칙이 있다"며 "그 규칙은 감정의 은폐와 억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 25일 도쿄도지사가 감염확산과 외출자제 권고후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사진=매경DB
일본 닛케이 신문도 정부 권위에 대한 한일 양국 국민의 태도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극명히 다른 대응을 낳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컨대, 한국이 '마스크 대란'을 겪었듯이, 일본에서도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일본인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위기 상황일 때 신뢰하거나 맘에 들진 않더라도 정부의 말을 들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자국민의 특성 덕에 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쿄올림픽 연기 확정 직후 도쿄도지사가 외출 자제를 언급하자, 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임이는 것도 정부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일본인들의 특징이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정부의 무능력이 보일 때 잠자코 있지 않습니다.

공권력에 불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문제 제기가 지나쳐 시도 때도 없는 시위로 나타나기도 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공권력을 규탄하는 시위를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시위하는 모습이야말로 한일 양국을 확실히 구분시켜주는 특성"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손정의 키트 기부' 사건서 드러난 집단주의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트위터에서 코로나 진단키트 100만개 사비 지원을 밝혔다가 비난 여론에 철회했다/사진=유튜브 캡처
정부의 방침이나 발표에 대한 신뢰와 순응은 안정된 사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정부가 의도한 대로 국민들이 쉽게 동원될 위험도 상존합니다.

일본에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튀는 행동은 '와(和)'를 해친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곤 합니다.

'와'란 간단히 말해 공동체의 조화를 가장 중시하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1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 100만개 사비 지원을 밝혔다가 "의료 체계가 붕괴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비판에 철회한 사건입니다.

손 회장은 품목을 바꿔 마스크 100만개 지원을 다시 제안했지만,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대량 구매가 되레 마스크 품귀를 불러와 시민들과 의료기관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일본인들은 손 회장의 기부라는 선의보다 정부의 방침을 거스르는 행동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겁니다.

결국, 개인의 튀는 행동이 초래할 변화를 걱정하는 집단주의가 선한 의도를 가진 개인을 잠재운 거죠.
이 같은 집단주의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국민들의 응집력을 높여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불러온 원동력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쏠렸을 경우가 문제입니다.

일본 이해를 위한 바이블로 통하는 '국화와 칼'에서도 지적했듯이,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는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을 부추겨 비극을 불러온 바 있습니다.



◆총리관저 권력집중과 세습정치의 폐해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총리관저는 전권을 쥐고 관료사회를 쥐락펴락해왔습니다.

총리관저의 규모와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각 부처에 있던 정책 수립 기능을 총리관저에서 총괄하는 체제로 바꿨습니다.

특히, 간부급 관료 인사권이 각 부처에서 총리관저로 옮겨가다 보니, 관료들은 정책과 실무를 주도하지 못하고 관저의 눈치만 보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설령 관료들이 PCR 검사를 확대하고 싶더라도, 총리관저가 회의적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일본 사정에 밝은 전직 외교부 고위 간부는 "일본 관료들이 관저의 인사권에 얽매여 예전 같지 않다.

어디든 권력이 집중되면 이런 폐해가 나타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일본 국회의 세습의원 비율은 선진국들중 압도적으로 높다/그래픽=조보라
일본 관료들은 일본을 대표하는 엘리트로 실무에 밝지만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일본 내각과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실무지식과 거리가 먼 세습 정치인들인데, 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 경제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세습 국회의원 비율은 평균 10% 이하인 데 반해, 일본의 세습 의원 비율은 23%가 넘습니다.

내각에서 세습 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5%가 넘죠.
흥미로운 건 일본 국민들도 이런 정치 세습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이치닌마에(一人前·한 사람 몫)'라고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 몫의 소임을 다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보는 사회입니다.

이 때문에 정치인의 잘못된 행위가 보이더라도 그것은 정치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다른 직업군의 일반인이 나설 일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이 같은 태도에는 일본 국민 스스로 민주화를 일궈낸 경험이 없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생성의 부처 이기주의

일본 국립 감염증 연구소 무라야마 청사 모습/사진=무사시 무라야마시 홈페이지
일본에서 PCR 검사는 이달 6일부터 보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23일부터는 민간에서도 검사를 실시할 수 있게 했습니다.

왜 여태까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걸까요. 여기엔 후생성 산하 국립 감염병 연구소의 이기적 행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코로나 대책은 이 국립 감염병 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자신들의 연구를 위해 관련 데이터를 독점하고 검사의 민간 확대를 막았다는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연구소에게 있어 PCR 검사를 통해 얻는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에 공개되는 일이 없도록 연구소 내에서만 일괄 검사하는 방식을 고집해왔다는 겁니다.

카미 마사히로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등 전문가들은 "감염병 연구소가 누구를 위한 연구소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자기 조직만을 위해 있는 연구소일 뿐이다.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같은 부처 이기주의는 국가 전체를 어렵게 하는 망국적 관료주의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 국민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 제일주의' 자부심과 우월감

후생성은 트위터를 통해 일본정부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를 게시했다가 하루만에 표현을 정정했다/사진=트위터 캡처
일본은 자국의 기술 수준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강합니다.

자동차, 전자제품은 물론 첨단과학 기술도 '일본 제품이 세계 제일' '일본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일본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장인정신이 살아 숨쉬고 많은 노벨상을 보유한 나라답게 품질이나 기술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다 보니 일본인들 시각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분야를 막론하고 한 수 아래로 비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같은 시각은 현재 한국의 PCR 검사 기술과 의료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있더라도, 일본이 좀처럼 따라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이 PCR 검사를 일본에 비해 수십 배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때 일본에서는 한국 의료 시스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국이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도 많은 장점으로 국내외에서 호평받고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정확성을 이유로 도입을 꺼리다 뒤늦게 했죠.

◆일본이 걱정해야 하는 건 의료 붕괴일까

코로나 키트 생산 기업 씨젠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일본 내에서도 한국처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검사를 확충하고 더 적극적으로 진단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입니다.

일본이 대외적으로 PCR 검사에 소극적인 이유로 내세우는 명분은 첫째, 해당 검사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 둘째, 확대할 경우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집단 감염을 부추길 수 있다, 셋째, 폭발적 수요에 부응할 의료기관과 인력이 부족해 의료체계 붕괴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PCR 검사는 98%의 신뢰도로 짧은 시간 내에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현재 감염 확산 속도를 늦추고 사망자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호평받으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진단키트 지원 요청이 이어지고 있죠. 보건 당국은 중증과 경증 환자를 나눠 입원시키는 방법으로 의료 붕괴 위험도 줄였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영국 레가툼연구소가 발표한 '세계번영지수' 건강 부문에서 전체 3위를 기록했고,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2위를 다툴 정도로 의료에 있어 선진국입니다.

이는 곧, 지금 일본의 문제는 기술과 시스템이 아닌 정치와 관료사회의 문제가 특유의 사회 분위기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결과라는 것을 의미 합니다.

논리가 결여된 리더십을 감싸는 집단주의가 위태로워 보이는 지금, 일본에서 정말 붕괴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걱정스러운 이유입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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