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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 받던 철강맨은 어쩌다 재활용에 꽂혔나
기사입력 2019-11-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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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빈, 네프론, 인공지능, 빅데이터, 수퍼큐브.
아직 생소하겠지만 가까운 미래 당신과 당신 후손들이 만나게 될 단어들이다.

환경에 대해 고민 하다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수퍼빈’이고, ‘네프론’은 수퍼빈의 1단계 사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최근 쏟아지는 강연요청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말에야 겨우 만난 김 대표는 독특한 이력 덕분인지 아직 그의 시간은 온전히 수퍼빈의 것이 아니었다.


“연봉 2~3억원 받는 자리였고 다른 업체에서도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질 때였어요. 문득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내 아이에게 더 이상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 고민이었죠.”
◆“내 아이에게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줄 수는 없다”
김 대표는 삼성화재, 삼정KPMG, 한국섬유기술연구소를 거쳐 코스틸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입사 후 40세가 되던 해인 2013년, 코스틸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2015년 6월 돌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본격 인터뷰에 앞서 재활용 분리수거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분리배출 된 재활용들이 제대로 다시 쓰이고 있다고 인지하는지 등 재활용 산업의 실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멀리서 찍은 아마존 사진은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찍은 영상이나 사진을 보게 된다면 쓰레기 더미를 뒤덮인 모습에 놀라게 된다.

사막이나 초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야생동물이 뛰어다니거나 마른 모래만 가득할 것 같은 지역도 쓰레기에 뒤덮여 있는 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며 “(이런 상태라면) 100년 이후에 지구에는 아무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게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분리배출한 재활용들은 어디로?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됩니다”
“애써 모은 재활용 폐기물들이 자원으로 활용되려면 분류, 가공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아쉽게 국내에는 완벽하게 분류,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다.

안타까운 건 누구도 그런 과정과 시설 미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주 제한적으로 수거된 재활용 중 겨우 5% 정도만 재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우리나라 재활용업체 중 생활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그동안 열심히 재활용 분리수거에 신경썼던 사람이라면 “속은 것과 다름없다”고 김 대표는 단언한다.

진짜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분리수거한 것들을 과연 누가 사가는지를 보면 된다는 것.
김 대표는 “국내에서 모아지는 재활용품은 돈주고 사가서 다시 활용할 만큼 매력이 없어 순환자원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며 “재활용을 분리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레기를 ‘잘 나눠서 버리는 차원’이라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 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로 가방을 만들어 주목받은 ‘P’업체가 있지만, 이 업체는 사업 초반에 국내 재활용품이 아닌 일본에서 수입한 페트병을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페트병 라벨을 공기압축방식으로 부착하기 때문에 접착제 제거 공정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업체는 다른 이슈로 일본산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수입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
이에 비해 국내 페트병은 접착제 사용해 라벨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없다.

이런 이유들로 분리수거 된 국내 재활용은 95% 정도는 매립이나 소각장으로 직행한다고 보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그나마 아파트 경비원 인력을 갈아넣어 분리수거한 재활용품 정도만 실제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 정도로 분리배출되어야 화학업체들이 재활용품을 사간다”며 “네프론은 그 분리수거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판단해 선별하게 만든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10월 말 기준 전국에 보급한 네프론 [자료 = 수퍼빈]
지난 10월 말 기준 수퍼빈의 네프론은 서울, 인천, 의성, 구미, 춘천, 광주, 제주 등 전국 23개 지자체에 90대가 설치됐다.

여수시의 경우 1대의 네프론이 월 평균 1t 가량의 순환자원이 회수되고 있다.


자원 회수가 끝이 아니다.

네프론에 재활용품을 접수한 회원에게는 포인트를 부여해 일정 금액 이상 모이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분리수거 열심히 한 사람에게 그 관심과 노력의 대가를 돌려주는 것이다.


◆“환경부과 재활용업계의 이해와 도움, 절실합니다”
수퍼빈의 사업 첫 단계는 일단 인공지능으로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된 수준’의 재활용품을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계는 간단치가 않다.

기존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수퍼빈을 ‘시장 잠식업체’로 인식해 반대하는 터라 숱한 난관에 봉착해야 했다.


김 대포는 “수퍼빈의 업역은 앞서 언급한 재활용업계의 5%도 미치지 못한다”며 “수퍼빈이 지향하는 사업은 단순 수거가 아닌 재가공을 위한 다음 단계인 ‘공장 설립’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재활용수거업계는 물론 환경부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금전적인 어려움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영역인데다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어져야해서 매월 억 단위의 적자가 쌓였다.

큰 고비도 있었지만, 지난해 ‘한국벤처 1세대’로 불리는 휴맥스가 투자(20억원 규모)를 해준 덕분에 일단 숨통이 트였다.


수퍼빈이 구상하는 재활용품 관련 사업영역. 붉은색 V표시는 어느 정도 단계가 진행된 상태. [자료 = 수퍼빈]
네프론 확장이 수퍼빈 사업의 종착역이 아니라 시작점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최근 수퍼빈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도전의 문을 힘차게 두드리고 있다.

국내에서 재활용품을 직접 재가공해 플레이크(Flake, 플라스틱을 잘게 부순 상태를 일컫는 용어로 재활용 재료 수준으로 만드는 공정) 제조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이나 티케이케미칼, SK케미칼, LG상사 등 화학업체들이 수퍼빈이 생산한 플레이크를 구입해가서 재활용하게되면 그만큼의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은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이렇게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최종목표인 것이다.


김 대표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을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개인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디자인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슬로건으로 폐기물 시장을 소재 및 ICT 서비스 산업으로 재정의해 환경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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