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최근 증권가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원유선물 ETF 운용방식 변경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삼성자산의 운용방식 변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소송까지 내고 치열한 법정다툼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의 다소 경솔해보이는 "사전협의 있었다"는 발언으로 소송의 핵심이 삼성자산의 단독 변경이었는지,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통한 변경이었는지로 흘렀는데요.
삼성자산이 임의로 운용방식을 바꿔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면 당연히 배상 책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정다툼시 투자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전 협의가 없다" 내용이 담긴 녹취록 등을 이나연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2일 원유선물 ETF가 담고 있던 6월 인도분 선물 일부를 7·8·9월 선물로 변경했습니다.
6월물 가격이 급락해 투자자 손실을 우려했다는 게 삼성자산운용 측의 주장인데, 문제는 다음 날인 23일 6월물 가격이 반등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투자설명서에 기재한 것과 다르게 운용방식을 임의로 바꾸면서 손실이 났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이는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과도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일경제TV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금감원과 삼성자산운용 간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금융감독원 관계자
- "금감원에서 이걸 삼성자산운용하고 협의가 된 건가요, 이게?"
- "이게 무슨 저희랑 협의를 했겠어요, 저희가. "
금감원 측은 워낙 긴박한 사안이었고,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사안 발생 뒤, 나흘 만에 담당자를 불러 경위를 파악한 정도라고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삼성자산운용과 월물 교체를 사전 협의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지난 15일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삼성자산운용이 기초자산을 롤오버(월물교체) 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와 당국과의 협의가 있었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국에서도 어느 정도의 실무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당국이 삼성자산운용 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소송을 시작한 투자자들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
집단 소송을 맡은 유웅현 법무법인 오현 대표 변호사는 "소장에 당국이 사전 협의를 했다면 회의록 또는 회의 관련된 결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정책관의 설명과는 다르게 당초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협의는 없었다"면서도 "(사안을)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 측은 법률 판단 기관이 아닌 금융당국이 섣불리 특정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유 변호사는 "금융위나 금감원이 1차적으로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법률 판단 기관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언론에 나와서 위법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권한 밖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매일경제TV 이나연입니다.
영상편집: 박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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