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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푸틴-트럼프-젤렌스키 <EPA·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유럽을 배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방산업체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주가가 크게 올랐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결속력이 약화되며 ‘안보 비상’이 걸린 유럽 각국이 방위비를 증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에 상장된 방산 ETF는 6~7%대 상승률을 보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
TIGER 우주방산’은 전일보다 7.5% 오른 1만7030원에 마감했다.
이 상품은 ‘iSelect 우주방산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국내 방산주를 중심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화자산운용의 ‘
PLUS 글로벌방산’과 ‘
PLUS K방산’도 이날 각각 6.5%, 6.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PLUS 글로벌방산은 미국과 유럽의 대표 방산기업에,
PLUS K방산은 국내 대표 방산기업에 투자한다.
이날 국내 증시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11%),
LIG넥스원(9%),
한국항공우주(7%) 등이 높은 상승세를 보여 방산주 랠리를 이끌었다.
유럽 증시에선 17일(현지시간) 독일의 라인메탈이 34%, 스웨덴의 사브(SaaB)가 16% 오르는 등 대형 방산업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처럼 글로벌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협상 이후 유럽의 방위산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을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언급하며 NATO를 통한 유럽 방위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유럽 정상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유럽 각국 정상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종전협상 이후 유럽의 안보 공백 가능성을 논의했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이 유럽 국가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방산주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뤼터 사무총장은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NATO 회원국의 평균 국방비 지출은 GDP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치는 GDP의 5%를 방위비로 쓰는 것이다.
유럽이 미국의 요구대로 방위비를 늘린다면, 미국 방산업체와 더불어 K-방산업체들의 실적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러스 몰드 AJ벨 투자이사는 “뤼터 사무총장의 발언이 방산주 상승의 촉매제가 됐다”며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안보 불안감이 방산업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우 종전, 대중국 압박, 가자지구 점령 등 트럼프 자체가 지정학적 위험을 가중하는 역할”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경쟁 우위에 있는 한국 방산주 시대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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