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에도 꿋꿋이 버티던 ‘토허제’…해제 검토에 집값 꿈틀하는 이 곳

은마아파트 33평 호가 30억원↑
이달 중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준·범위 나올듯
압구정 여의도 목동도 집값 급등 조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박형기 기자]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5년 만에 해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토허제 지정이 집중돼 있던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시민 토론자의 요청에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지거래허가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최근 재건축과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단기간 매매가가 오르고 있다.


8일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매매 평균 시세는 27억원을 돌파했다.

은마아파트 평균 시세는 지난해 3월 23억원, 7월 24억원, 11월 25억5000만원으로 매달 1억~1억5000만원의 상승폭을 보였다.


현재 매물 호가는 30억원대까지 뛴 상황이다.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29억3500만원에서 최근 32억~33억원까지 치솟았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집주인들이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30억 이하 매물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최근 지방에서 온 투자자가 계약 직전에 집주인이 추가로 1억 원을 요구해 거래가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구축 단지와 신축 단지 모두에서 매물이 급감하자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잠실동 잠실엘스 역시 비슷한 상승세다.

전용 84㎡는 지난해 말 역대 최고가인 27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호가는 30억원 중반까지 올랐다.

여기에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는 토허제 해제 시 매입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집값도 전셋값도 못 잡은 토허제
잠실 엘스·리센츠 아파트 외벽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승환 기자]

토허제는 부동산 투기 거래를 막고자 도입됐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크기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살 때 관할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면 임대를 놓거나 전세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구역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업무용 빌딩은 4년간 입주해야 한다.


서울에는 개발사업 지역을 중심으로 총 64.53㎢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10.8%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부터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까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일대인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14.4㎢는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고 네 차례 연장을 거쳐 올해 6월 22일까지 규제가 적용된다.


비강남이지만 인기 재건축 단지가 있는 양천구 목동과 성동구 성수동, 신속통합기획·공공재개발·모아타운을 추진하는 사업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동안 토허제 실효성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년 실거래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되기 때문에 일부 구축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사실상 거래가 끊기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값은 더 크게 뛰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주택 처분이 쉽지 않다 보니 집주인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실거주 의무 조건에 따라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도 크게 뛰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이후 2019년부터 2020년 1년 동안 전세 가격은 잠실 8.42% → 30.97%, 삼성 2.39% → 15.66%, 대치 7.17% → 27.21%, 청담 1.46% → 18.08%로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준과 해제 범위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발표가 나와야겠지만 해제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는 곳은 대치동, 청담동, 삼성동과 잠실동이다.

잠실 마이스(MICE) 복합단지와 현대자동차 GBC,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으로 너무 광범위하게 묶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26.62㎢)을 제외하면 면적이 가장 넓다.

완공 예정 시점도 2030년 전후여서 그때까지 유지하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많았다.

단,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가 아니거나 개발 지역에서 거리가 먼 행정동부터 순차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대치동 같은 학군지의 경우 대출 규제 속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졌던 곳인 만큼 갭투자 수요가 가세하면 집값 상승의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위축된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만으로 집값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그동안 입지·가치 대비 눌려 있던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고 그 과정에 일시적인 상승이 있을 수 있지만, 지정 해제만으로 위축돼 있던 집값이 장기적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