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는 안되네”...獨·헝가리, 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 주장

에너지안보 실패한 EU의 딜레마
재생에너지 전환에 전력 불안정
우크라 경유 가스관 운영 종료에
한파까지 겹치며 가스값 치솟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본사 사옥 <사진=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관료들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급격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정으로 에너지 위기가 일면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찬성 측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재개하면 역내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헝가리 등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 찬성하고 있다.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화석 연료와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유럽 내 전력 생산 비용이 크게 치솟은 상황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독일에서는 태양열이나 바람이 적게 발생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제한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해 전력 공급이 제한되는 시기를 뜻하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어두운 무풍 상태) 등 독일어 신조어도 생겼다.


이처럼 전력 수급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단기적으로 전기요금이 크게 치솟으면서 가격 변동성도 커졌다.


올 겨울 예기치 못한 한파와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리며 가스 가격도 크게 올랐다.

작년 말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러시아 가스관도 사용 계약이 만료되면서 운영이 종료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유럽의 가스 비용은 미국에 비해 3~4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폴란드 등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취약한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제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가 다시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기 시작하면 수입이 크게 증가해 전쟁 능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 연료 구매량을 0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한 익명의 EU 관료는 “이것은 광기”라며 “우리가 그것(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을 선택지로 고려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라고 꼬집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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