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해 '25% 관세 폭탄'을 선언한 이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잇달아 접촉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동됐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촉할 수단을 찾는 기업들과 각국 외교당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한 통로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관계를 맺고자 하지만 접촉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당선인과 돈독한 관계인 머스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앞다퉈 노력하고 있지만, 그와의 소통 채널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머스크가 지난 1년간 미국 워싱턴DC의 대관·홍보 기능을 축소하고 로비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자신이 직접 로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머스크는 로비스트, 홍보 직원, 정치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대신 규제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관료 및 의회 의원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같은 통상적인 통로가 막혀 머스크와 접촉하려는 기업 CEO, 로비스트, 컨설턴트들이 그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문자메시지 폭탄을 쏟아내는 상황이라고 WP는 전했다.


또한 WP는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를 이용해 새 행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면서 동시에 본인이 로비 대상이 되는 상황에 대해 주목했다.

머스크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제정 당시 로비스트들이 테슬라를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얻어 내지 못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워싱턴DC 사무소 운영과 로비를 축소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사실상 '그림자 정부' 역할을 가동했다.

WP는 이로 인해 임기 말에 접어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무력화하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 이후 트뤼도 총리는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 팜비치로 향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는 등 대화에 나섰다.

이스라엘·헤즈볼라의 휴전 협정은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선물'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돈독한 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인수 작업 당시 외국 정상과의 통화를 공개했지만, 이번에는 SNS에 띄운 글만으로도 사실상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한국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 수지 와일스가 근무했던 로비 업체를 고용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로비 업체인 '머큐리퍼블릭어페어스'는 지난달 26일 주미 한국대사관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신고했다.

미국에서는 미국 개인·기업이 외국 정부를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이 합법이다.

머큐리는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략 컨설팅, 로비, 공보, 미국 당국자 아웃리치(접촉)를 포함한 대(對)정부 관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계약했다고 법무부에 신고했다.

구체적으로 대사관의 경제정책 현안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맞춰 개발·조직·계획하는 것과 관련한 자문에 응하기로 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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