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큰손'이자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이 한국 증시에서 5년 연속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밸류업 원년인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15조원을 사들인 반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총 1조2146억원을 팔아치웠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의 연중 코스피 순매도액은 6조274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15조2188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주체별로 보면 금융투자(3조6623억원)를 제외하고 보험(-9090억원) 투신(-1조9963억원) 사모펀드(-1조7664억원) 등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았다.


연초 정부가 밸류업 기조를 강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정책으로 추진했음에도 주식을 사들인 금액보다 판 금액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자 중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이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이끄는 주요 투자 주체로 평가된다.

자산 규모가 크고 패시브 투자(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를 추종하기에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것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순매도세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연기금은 2019년 9조6574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5년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도 중이다.

2020~2024년 5년 동안 코스피에서 연기금이 팔아치운 금액만 33조8673억원에 이른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넘어선 해인 2021년에는 차익실현을 통해 24조1438억원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특히 연기금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다.

2021년(-10조9070억원) 2022년(-4조3878억원) 2023년(-1조16억원) 2024년(-1조3098억원) 등 매년 순매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가까운 대형주로, 지수와 유사한 주가 추이를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익률에 예민한 연기금이 보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엑시트'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산 규모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2019년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자산가치는 132조원이었는데, 2024년 6월 말 현재 159조원으로 2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주식은 167조원에서 391조원으로 134.1%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수익률은 20.47%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수익률은 8.61%에 불과했다.


다만 연기금이 밸류업을 외면하고 국내 증시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는 건 부담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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