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의 계열사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조사 대상을 자산운용사와 연계된 은행과 증권, 보험사까지 모든 금융업권으로 확대했다.
의혹의 근원인 자산운용사를 시작으로 관련된 전 업권에 대한 전방위 의혹 검증에 나선 것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16개 증권사를 포함해 KB국민은행·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
삼성생명 등 보험사에 계열사 ETF 매매 내역과 랩어카운트 계좌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금감원은 자산운용사들이 ETF 순자산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에 대해서는 회사가 고객 자산을 도맡아 운영해주는 랩어카운트 거래 내역이 의혹을 검증하는 데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에 수수료 이익을 줄 수 있는 주식 주문을 내는 조건으로 상품 매입이나 유동성공급자(LP) 참여를 요청했는지도 점검한다.
계열 은행에서는 같은 계열 자산운용사의 ETF 상품만 고객에게 추천해 판매하도록 한 정황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를 통해서는 계열사가 얼마나 그 운용사의 ETF를 샀는지 알 수 없다”며 “실태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전 업권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국회에서 제기된 물량 밀어주기 의혹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금융 계열사의 도움을 받아 주요 ETF 순자산을 불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행법상 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는 25%이지만, ETF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향후 밀어주기 의혹과 관련해 실제 검사에 나설지는 서면 자료 분석 결과에 달려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자산운용사 영업 관행과 관련해) 현장 점검은 해야겠지만 검사까지 이뤄질지는 모르겠다”면서 “성장 중인 ETF 시장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게 금감원의 기본 입장이며 질서 관리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실제 문제가 있어서 자료를 요구한 상황은 아니다”며 “제출한 자료의 숫자를 확인해봐야 이후에 문제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중요하다”며 “주주 권익 침해 사례에 대한 펀드 의결권 행사 현황을 철저히 점검해 미흡 사례 실명 공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금감원이 조사한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의결권 행사 현황 내용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금감원이 1분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내역을 거래소에 공시한 자산운용사 274곳을 점검한 결과 1분기에 처리된 1582개 안건 중 114건(7.3%)은 운용사가 1%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내부 지침과 다르게 행사하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 특정 기업 등에서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할 안건을 처리하려는 사례가 잇따르는 만큼 향후 자산운용사들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펼치라고 주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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