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갈등 증폭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핵심 기술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놓는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다수 기업과 정부연구소의 고성능 컴퓨팅 기술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상무부는 소프트웨어, 장비, 기술이 투입돼 생산된 외국 제품의 대중 수출까지 금지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화웨이식 제재' 칼 빼든 바이든, 中 첨단기술굴기 싹 자른다

바이든정부 들어 가장 센
對中제재안 이번주 발표


다음달 美 중간선거 앞두고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등
중국 때리기 다시 거세져

환율 이어 G2 기술전쟁 격화
침체위기 세계 경제에 먹구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구현하는 기술과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접근을 차단하는 강력한 '화웨이식 제재'를 다시 꺼내든 것은 기술패권 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0년 중국 정보통신기업인 화웨이를 고사시켰던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이번에 중국 기업과 연구기관에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 최첨단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발전을 확실히 억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산발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지만 이번에 포괄적이고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14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장비의 중국 판매를 통제하고 미국산 반도체의 대중 수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반도체는 전체 산업이 소수의 기업에 의존하는 몇 안 되는 분야다.

미·중 간 첨단기술 패권전쟁이 다시 격화되면 코로나19로 취약성이 드러났던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5560억달러(약 794조원) 규모인 반도체 시장은 수년간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전장이 됐다"면서 "대기업과 다른 나라들이 그 전쟁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중국 '포괄적 제재 패키지'를 꺼내들었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지난 8월 대만 방문 이후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첨단기술 대결구도에서 앞서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산업 발전 억제를 통해 미국으로 반도체 연구·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공급망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술전쟁에 속도를 높이는 것은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처럼 폭탄관세로 '중국 때리기'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 통제 방식이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제재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위해 중국산 소비재 수입품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고심하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부과됐던 기존 고율관세를 유지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바이오, 투자 등 분야에서 대중 견제 정책이 동시에 쏟아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보조금 조항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미국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규정한 것도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치다.

또 반도체지원법에서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의 경우 10년간 중국 첨단 반도체에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마련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내 바이오제조 생산시설 구축을 유도하는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도 내렸다.

외국인의 대미 투자 시 심사를 강화한 것도 중국 자본의 유입에 따른 기술 유출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려는 목적이다.


이번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 수위에 따라 '제2의 화웨이 사태'가 재현될지가 결정된다.

미국의 대중 제재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는 2020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화웨이는 제재 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선두를 다퉜으나 제재 이후 올해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이 3%대로 떨어졌다.


NYT는 "이번 조치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데이터센터 또는 슈퍼컴퓨터 구축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패권 전쟁 배경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AI 등 최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이 자국의 국가 안보와 자유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이 최첨단 무기 개발과 신장웨이우얼자치구를 비롯한 소수민족 감시시스템에 쓰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막기 위한 기술 수출 통제와 관련해 "적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적들의 전쟁 능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기술 수출을 통제하면서 중국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반도체 생산량은 247억개로 전년 동월 대비 24.7% 감소했다.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월간 감소폭으로는 가장 큰 폭이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중국이 역점 산업으로 추진하는 AI 분야에서도 미국 제재 충격이 작지 않다.

머신러닝을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가 필수적인데, 지난달 엔비디아 수출 통제가 발표되면서 중국에서는 대체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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