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파타고니아 매장 간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구가 지금 우리의 유일한 주주다.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미국의 세계적인 아웃도어 의류 제조업체 '파타고니아'의 창업자가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를 위해 회사 소유권을 비영리 환경단체에 통째로 넘겼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본 쉬나드 파타고니아 창업자(83) 일가가 지난 8월 약 30억달러(4조10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비영리단체 홀드패스트 컬렉티브와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이라고 불리는 신설 법인에 양도했다고 보도했다.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나서고 있는 홀드패스트 컬렉티브는 보통주의 98%를 넘겨받았으며,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은 전체 주식의 2%에 해당하는 회사의 모든 의결권을 양도받았다.

아울러 쉬나드 일가는 연간 1억달러(약 1393억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수익도 기후변화 대처와 전 세계 미개발 토지 보호를 위한 활동에 기부하기로 했다.


쉬나드 창업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가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귀결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에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자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가들의 기부가 활발히 이뤄지는 미국이지만 회사 소유권을 통째로 넘기는 결정은 극히 이례적이다.

기부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기존 기업가들의 기부 행위와 궤가 다르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비영리단체인 홀드패스트 컬렉티브는 정치 후원금을 무제한으로 낼 수 있는 기관이어서 기부금 세제 혜택 대상에서 배제됐다.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에 양도한 주식의 경우 신탁에 따른 증여세 과세 대상이 돼 약 1750만달러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자선사업 전문 매체 인사이드 필랜트로피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캘러핸은 "대부분의 억만장자들이 매년 순자산의 극히 일부만을 기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일가는 매우 특이하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쉬나드 창업자의 결정은 회사 경영에서 환경 보호를 우선시했던 그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그는 제품을 제조하는 데 유기농 직물과 친환경 재료만 써왔고, 수십 년 동안 연간 매출의 1%를 환경운동가들에게 기부해왔다.

2017년엔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의 국가기념물 지정 면적을 80% 이상 줄이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워싱턴 연방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당시 파타고니아는 자사 홈페이지에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는 문구를 내걸고 적극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NYT는 "쉬나드의 기부는 어떤 면에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평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던 2020년 중반부터 쉬나드 창업자는 측근들에게 회사 지분을 정리할 뜻을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은 파타고니아가 비상장 회사인 만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거나 회사 매각에 나서는 방안을 조언했다.

그러나 쉬나드 창업자는 회사가 상장되면 주주 이익 제고가 우선시돼 노동자의 복지 향상과 환경 보호를 중요시해온 기업 문화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NYT에 "우리에게는 이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이었다"며 "나의 삶을 정돈한 뒤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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