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의 핵심 대상인 알리바바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알리바바는 현지시간으로 17일 밤 온라인으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2030년까지 스코프(scope)1, 스코프2 기준으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의 탄소 배출은 스코프 1∼3까지 범주로 나누어 분류합니다.

스코프1은 제품 생산 등으로 기업이 직접 배출한 탄소 배출까지 포괄하는 가장 좁은 개념입니다.

스코프2는 공장 등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 간접 배출까지 포함합니다.

한발 더 나아간 스코프3은 공급망과 물류, 제품 사용 및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까지 모두 포함하는 가장 넓은 범위입니다.

따라서 알리바바가 2030년까지 기본적으로 자체 사업 범위 내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코프3 기준과 관련해 알리바바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집약도를 2020년 대비 50%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탄소 배출 집약도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매출액이나 자산으로 나눠 측정하는 단위당 탄소 배출량을 뜻합니다.

아울러 알리바바는 2035년까지 한층 확장된 '스코프3+'를 기준으로 1.5Gt(기가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창업자 마윈(馬雲)의 정부 공개 비판 이후 곤경을 겪는 알리바바가 '공동 부유'에 참여한다는 약속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한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 의지를 보이면서 당국에 적극적으로 '복종'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융(張勇) 알리바바 회장은 "알리바바는 긍정적이고 혁신적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힘이 되고자 한다"며 "플랫폼 운영자로서 독보적 영향력을 활용해 중국과 전 세계의 소비자, 판매자, 협력사의 실천과 행동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알리바바가 제시한 2030년 탄소 배출 중립 목표는 국가 차원의 목표보다 30년 이릅니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 정점을 찍고 내려가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 최우선 국정 기조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 9월 중국의 새 핵심 국정 기조인 '공동 부유' 동참 차원에서 2025년까지 1천억 위안(약 18조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10월 말 마윈의 정부 공개 비판 이후 중국 당국은 대형 인터넷 기업을 향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마윈의 제국'인 알리바바는 대표적 '개혁 대상'이 됐습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당국에서 역대 최고인 3조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고 앤트그룹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알리바바그룹을 둘러싼 당국의 여러 압박은 여전합니다.

당국의 지속적인 '개혁' 속에서 창업자 마윈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습니다.

장 회장을 핵심으로 한 알리바바의 현 경영진은 창업자이자 핵심 주주인 마윈과 선을 긋고 있습니다.

작년 비판 사건 이후 한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마윈은 최근 유럽의 농업기술 연구소를 방문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은거'에 가까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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