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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출 눌러 집값 잡겠다는 도그마
기사입력 2020-12-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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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국이 연봉 8000만원 이상 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대출 금액을 제한하고,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고 1년 이내에 규제지역 주택을 매입하면 대출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주택 관련 대출을 제한했는데 그나마 있던 신용대출도 막은 것이다.

부동산정책이 실패하며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이를 강력한 대출 규제로 제어했는데 정책이 선을 넘고 있다.


문제는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는 일부 계층을 제외한 대부분 젊은 계층의 주택 매입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택 매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빚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젊은 층은 심지어 소득이 높은 경우에도 대출 없이 주택을 매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현재 정책은 이들에게 주택 매입 금지에 가깝다.


물론 과도한 빚을 규제하는 조치는 금융 안정에 필요하다.

그래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는데 빚을 일으키거나 담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하지 못하게 한다.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게 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 가격의 일정 비율로 대출금을 제한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정책은 소득에 기초한 상환 능력이나 주택 가격 대비 부채액과 상관없이 주택 매입에 있어서 대출 등 일반 금융 행위 자체를 사실상 차단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중세 시절 종교적 도그마에 따라 이자 수취 같은 금융 행위를 금지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첫째, 일시적으로 주택 매매 가격 상승은 제어할지 몰라도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킨다.

소득과 능력이 되는 사람을 매매 수요로 전환시켜야 전월세 시장의 수요 압력을 덜 수 있는데, 현재처럼 이들의 수요 이동 자체를 제한하면 전월세 가격은 강력한 상승 압력을 받는다.

특히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젊은 계층이 선호하는 주거지를 중심으로 전세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둘째, 젊은 계층의 주택 매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재산 형성 기회의 박탈에 가깝다.

과도하지만 않다면 담보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매입하고 대출을 갚는 과정은 소득이 있는 기간에 재산을 쌓아 나가며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대출 자체가 마치 투기인 것처럼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주택처럼 장기간에 소비가 이뤄지는 내구재를 일시에 현금을 준비할 수 있는 계층만 소유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고단한 세입자로 지내라고 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가혹하다.

물론 사정에 따라 대출을 통한 주택 소유보다 전월세를 선호할 수 있지만, 이는 삶의 방식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지 국가가 강제할 사안은 아니다.

이자는 나쁜 것이라며 대출을 통한 투자를 제한하면 실제는 재산을 상속받은 계층이 아닌 사람, 특히 자신의 근로소득으로 재산을 만들어야 하는 이들이 훨씬 불리한 조건에 놓인다.


셋째, 소득이 있는 사람에 대해 비교적 조건이 양호한 금융기관 대출이 중단되면 이들은 제2 금융권, 더 나아가서는 사금융 등 위험한 대출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득이 있고 위험하지 않은 이들까지 이런 대출로 몰리면 저소득 취약 계층은 훨씬 더 위험한 자금에 의존하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중세 시절 명목상 이자를 금지한다고 실제 대출 행위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불법 채무의 대가로 높은 위험 프리미엄까지 포함된 고리대(高利貸)에 일반 대중은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반금융정책의 강화가 아니라 그 실패의 원인을 교정하는 것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대출 자체를 사실상 봉쇄해 주택 매입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현재 정책이 계속된다면 젊은이와 취약 계층이 피해를 입고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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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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