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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이 공중에 떠있는 이유
기사입력 2019-08-1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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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 주사터널링현미경(STM) 실험실 무진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협력관 지하의 무진동 주사터널링현미경(STM) 실험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화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이 다시 사다리를 타고 실험실 바닥 밑 3m 깊이 지하 공간으로 내려갔다.

불을 켜자 기자가 밟고 있는 실험실 바닥 아래로 빈 공간이 보였다.


하인리히 단장은 "땅에서 전달되는 미세 진동까지 최소화하기 위해 실험실을 공중에 띄운 것"이라며 "공기를 채운 '에어 스프링'이 실험실 바닥을 받치고 있어 땅이나 건물과는 접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실험실의 진동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동 세기가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없는 일반 사무 공간보다 훨씬 낮은 1억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STM은 매우 뾰족한 금속 탐침으로 전자를 쏴 시료의 구조를 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는 장비다.

시료를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까지 정밀하게 관측하기 때문에 미세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은 STM을 이용해 미래 양자컴퓨팅의 기초가 되는 나노 구조물의 양자 효과를 연구한다.


지난 6월 완공된 무진동 STM 실험실은 가로 9.6m, 세로 6.4m, 높이 6m인 직육면체 박스 형태로, 이화여대 연구협력관에는 이런 실험실이 총 8개 있다.

바닥 아래 깊이까지 더하면 실험실 전체 높이는 9.5m에 이른다.

각 실험실은 서로 떨어져 있고 옆 건물과도 벽을 맞대지 않는다.

2016년 설계 초기부터 직접 참여해온 하인리히 단장은 "공중에 떠 있는 실험실 바닥 위에 STM을 올린 뒤 연구자들은 실험실 밖에서 원격으로 실험 장비를 제어한다"고 말했다.

오로지 실험을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무진동 STM 실험실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진동 방지를 위한 묵직한 콘크리트가 실험실을 감싼다는 점이다.

실험실 1개당 콘크리트 무게만 80t에 달한다.


이처럼 실험실 건물에 각별히 신경 쓴 것은 세계 최고 성능의 STM 장비들을 이곳에서 운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는 미국 IBM에 이어 두 번째로 구축한 '전자스핀공명(ESR)-STM'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0K(절대온도)에 근접한 0.01K(영하 273.14도)급 극저온 STM 등 자체 개발한 장비 2개를 포함해 총 8개 STM을 보유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 진동을 줄이기 위해 공중에 띄운 무진동 주사터널링현미경(STM) 실험실 바닥 아래 지하 공간에서 실험실을 올려다 보고 있다.

이 실험실의 진동은 일반 사무실의 1억분의 1 에 불과하다.

[송경은 기자]

하인리히 단장은 “학계를 이끄는 혁신적인 연구를 하려면 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실현할 새로운 장비와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준비 단계에서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기초과학은 특정한 방향과 목표를 정해두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STM을 이용해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는지 연구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구단은 STM으로 전 세계 모든 영화를 손가락만 한 크기의 USB 메모리칩 1개에 담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ESR-STM을 활용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체 표면 위에 놓인 티타늄, 철 등 단일 원자의 핵스핀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핵스핀을 측정하면 원자 단위로 동위원소를 구별하는 등 물질을 더욱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하인리히 단장은 “향후 이론과 실험 분야를 각각 담당할 2명의 부단장을 새롭게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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