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2회차 정동영의 자신감…인사청문회서 한미훈련·부처 명칭변경 등 거침없는 발언

한미동맹 핵심 연합훈련 연기 필요성 언급
NSC상임위 맡아 안보현안 조율 경험 반영
“통일부보다는 한반도부” 제안 내놔 눈길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연기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 후보자는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밑돌을 놓기 위한 방편으로 통일부 명칭 변경과 한미훈련 연기 등을 거론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통해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정부 내에서 (한미훈련 연기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 펼쳐졌던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이 미국에 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하며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대표적인 ‘대북 적대정책’으로 비판하며 축소·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는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며 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NSC에서 논의를 주도하며 통일·남북 문제를 국가안보의 중심에 놓고 대외정책을 조율했던 경험이 있다.

그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 민감한 한미동맹 사안인 한미연합 군사훈련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은 것도 ‘통일부 장관 2회차’의 자신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재명 정부 내에서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북한 핵·미사일 역량이 문재인 정부 때보다 훨씬 강화한 데다가 북·러 군사 밀착이 심화하는 등 과거보다 정세가 훨씬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도 기존 한·미·일 안보협력을 유지하며 상호 조율된 다년간의 계획에 따라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는 不一不二” 통일 명칭 집착안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장관 재직 시절에 방북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후 대동강변에서 김기남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경DB 자료사진]

이날 정 후보자는 앞서 자신이 제기했던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면서도 검토 필요성이 크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과거 서독이 빌리 브란트 정권 당시 한국의 통일부 격인 ‘전독부(연방전독일문제부)’ 명칭을 ‘내독부(연방양독일관계부)’로 바꿔 동서독 관계를 쇄신했던 예를 들었다.

그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한반도부가 (통일부 명칭의) 대안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정 후보자가 장관 지명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입장을 내고 있는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실제 이날 여당 의원들은 통일부 명칭의 대안으로 ‘평화통일부’ 등을 언급하며 부처 이름에서 ‘통일’이 빠지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관련 답변을 통해 ‘한반도부’처럼 통일 표현이 빠진 대안을 이야기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동서독은 사실상 (내독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했다”면서 “사실상의 두 국가를 인정하면서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해 통일로 다가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남북관계를 원효대사 발언에 빗대 ‘불일불이(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자유의 북진이 아닌 평화의 확장으로, 적대적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다시 돌려세워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

그는 “폐허가 되어버린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 공존 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야당은 정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과 태양광 입법 이해충돌 의혹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여당은 정 후보자가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남북 간 교류협력에서 거둔 성과를 부각시키고 그가 윤석열 정부 들어 악화된 남북관계를 개선할 ‘적임자’라며 엄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가 농지 취득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농지를 사놓고도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아 공직자재산등록법률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또 “도둑질한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장관이 돼서는 안 되고,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해 전용하는 사람이 장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농지 구입과 관련한 위장전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산 신고가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잔금을 줬지만, 아직 등기가 안 넘어온 상태”라고 해명했다.


태양광 투자는 생활비 마련 위한 것”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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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유용원 의원은 정 후보자의 배우자와 아들이 태양광 업체를 보유 중인 상황에서 지난 3월 태양광 설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취지의 법률을 발의했던 것을 지적했다.

그러자 정 후보자는 자신이 공동발의에 참여한 태양광 지원법은 절대 농지를 대상으로 한 ‘영농형’에 국한돼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배우자 등의 태양광 투자에 대해 “5년 전에 제가 선거에서 실패한 뒤 귀향했을 때 수입이 국민연금밖에 없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태양광에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태양광 사업 투자에 대해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직장인들에게 적극적인 수입원으로서 적극 장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 때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점을 지적하며 정 후보자가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시킬 최적의 인선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 남북 교류 협력에서 큰일을 많이 했는데 어려운 시기에 정말 적임자가 아닌가 한다”고 두둔했다.

같은 당의 이재정 의원도 “통일을 가로막기 위해 존재했던 것 같은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를 이어받는 상황에서 ‘이만한 적임자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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