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참모들은 코피가 난다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귀에서 피가 나겠습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최근 이 대통령에게 건넨 이 한마디만으로도 '광폭 행보'가 짐작된다.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이 대통령은 5대 그룹 총수 간담회를 시작으로 정치권·언론계·문화예술계·종교계·시민사회 인사를 잇달아 만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대선 과정에서 쓴소리를 했던 강성 보수 성향 논객을 다시 만난 셈이다.
회동 직후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면서 지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증여·상속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건의했다.
이 대통령도 투자 환경 개선에 공감하며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며 "지방에서 기업이 잘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조 전 편집장은 소설가 이병주의 '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글귀와 함께 '인의정치(仁義政治)'가 적힌 쪽지를 이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선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전날에는 시민사회 원로인 함세웅 신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오찬 회동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짜 보수에 실망한 진정한 보수와 소통을 넓히길 기대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비상계엄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을 '가짜 보수'로 싸잡아 묶은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보수·진보를 넘나드는 회동을 열면서도 극우 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만남은 경제계 간담회로 평가된다.
취임 9일 만에 삼성·SK·
현대차·LG·롯데 총수들과 경제6단체장을 한꺼번에 불렀다.
노동계보다 경제계를 먼저 찾으며 친기업 이미지 굳히기에 나건 것이다.
취임 78일 만에 경제계를 만났던 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훨씬 빨랐다.
야당 지도부도 잇따라 초청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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