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크고 아름다운 법안’ 美상원 통과…공은 다시 하원으로

찬반동수서 부통령 찬성표로 가결
2일 예정된 하원 재의결 거쳐야
‘中태양광부품 과세’ 조항은 빠져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표결이 50대 50 찬반 동수로 나오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타이 브레이커’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해당 장면은 미국 상원의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AP 연합]

감세·불법이민 단속강화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 국정과제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1일(현지시간) 약 27시간의 진통 끝에 미 상원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공은 다시 하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낮 12시경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최종 표결에서 OBBBA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반대 50대 50 동수 상황에서 JD 밴스 부통령이 ‘타이 브레이커’ 권한을 행사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통과됐다.


미 상원이 전날 오전 9시께 ‘보트-어-라마’(vote-a-rama)에 돌입했음을 감안하면 약 27시간 동안의 장기간 토론과 표결 끝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보트-어-라마’는 본격적인 법안 표결에 앞서 의원들이 수정안을 제출하고 표결에 부치는 절차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오는 4일까지 법안의 최종 통과를 주문했던 바 있다.

OBBBA의 상원 통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시점을 달성하기 위한 열쇠는 미 하원이 쥐게 됐다.

미 하원은 OBBBA를 지난 5월 통과시켰지만, 상원 논의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된 만큼 상원 수정안을 두고 하원에서 재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현재 미 상원(전체 의석수 100석)은 여당인 공화당 53석, 민주당(무소속 포함) 47석인 가운데,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에서는 토머스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랜드 폴(켄터키), 수전 콜린스(메인) 등 3명의 상원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의원은 유보적 입장을 취했지만, 표결 직전 공화당 지도부와의 회동 결과 찬성으로 선회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머코스키 의원은 당초 상원안에 포함됐던 중국산 부품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한 신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세금 신설이 삭제된 후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조항은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부품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바 있다.


약 900쪽 분량의 법안은 세금감면과 불법이민자 단속·국방력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주요 정책 과제를 담고 있다.

AP에 따르면 OBBB 초안에는 4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조치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1기 정부 시절의 감세조치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팁에 대한 면세,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세, 자동차 대출 이자비용 세액공제 등도 포함된다.


주·지방세(SALT) 소득공제 한도는 5년간 4만달러로 4배 늘린다.

이는 하원의 ‘10년간 4만달러’ 안에 비해 기간이 축소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경·국가안보 정책이 35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 가운데 46억달러는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45억달러는 이민자 구금시설에 쓰인다.

국방력 강화(250억달러)를 위해서는 선박건조·무기 체계 개선 등에 자금이 투입되며, ‘골든 돔’ 미사일 방어시스템 등에도 지출된다.


법안은 부채 한도를 5조달러 증액하고, 이미 발생한 부채 상환을 위해 추가 차입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하원안에는 부채한도 증액규모가 4조달러로 설정됐던 바 있다.


세금감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신규 지출을 상쇄하기 위해 공화당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저소득층 대상 식품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조치 등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특히 2027년말까지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대한 세액공제를 폐지한다.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75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도 종료 시점을 올해 9월 30일로 앞당겨 더 빨리 폐지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상원안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10년간 3조3000억달러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하원안에서 예상되는 재정적자(2조4000억달러)보다 적자폭이 약 9000억달러 가량 늘어난 것이다.


상원 통과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낙선시키겠다면서 OBBB가 통과되면 다음날 “‘아메리카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9일 발의된 법안을 토론·표결 등 다음 절차로 상정하는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 표결’은 찬성 51표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이 표결에서는 공화당 소속 의원 가운데 2명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반대표를 던졌던 틸리스 의원은 내년 재선 도전을 포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공식 토론 절차가 시작되자 민주당은 940쪽에 이르는 초대형 법안 전체를 낭독하는 축조심사를 요구했고, 여기에만 무려 16시간이 소요됐다.

각 당에 10시간이 주어지는 공식 토론은 지난달 3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후 ‘표결 마라톤’으로 불리는 ‘보트-어-라마’가 같은 날 오전 9시를 넘어 시작됐고, 그로부터 27시간여가 지난 1일 낮 12시께가 돼서야 최종 투표까지 마무리됐다.


OBBB는 하원의 최종 표결을 남겨놓고 있다.

하원은 2일 이 법안에 대한 토론·표결 일정을 잡은 상태다.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법률로 확정된다.

하원안에 비해 상원에서 연방정부 재정적자 추계가 확대되는 등 하원의 공화당 소속 ‘매파’ 의원들이 동의를 얻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성명에서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오는 4일까지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법안을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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