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조공장을 위한 산업단지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직관적이었다.

충분한 전력과 물류를 위한 도로, 풍족한 용수, 폐기물 처리시설이 갖춰진 산업단지는 공장을 위한 터전이자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제조업의 초석이었다.


오늘날 공장은 지능화되고, 산업은 인공지능(AI)을 통해 혁신하고 있다.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고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검사하며 근로자는 모니터 앞에서 공정을 제어한다.

스마트팩토리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공장이 변화한 만큼 산단 인프라도 변화해야 한다.

우선 제조로봇, 공정 제어, AI 서비스를 신뢰성 있게 연결하는 유·무선 통신망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제조 데이터를 모아 저장·분석·공유하는 데이터센터,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산업용 AI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또한 미래 산단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다.

산단이 고탄소 에너지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입주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RE100)' 달성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고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2019년부터 현재까지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24곳을 지정하고, 디지털·저탄소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들 스마트그린 산단을 대상으로 산업 현장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10곳의 'AX 실증 산업단지'를 선정한다.


AX 실증 산단에는 5G 특화망 같은 유·무선 네트워크와 AI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클라우드 방식의 제조 AI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AI·로봇 솔루션 공급 기업과 산단의 수요 기업 간 비즈니스 미팅을 활성화해 산단 입주 기업의 AI 전환도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총 30가지의 제조 데이터 표준 수립을 통해 데이터 신뢰성과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고, 산단의 데이터 공유 생태계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탄소중립 산단 대표 모델 구축 사업도 병행 추진한다.

산단 내 유휴용지와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를 운영해 산단 내외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RE100 수요 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의 '산단 태양광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경남 우주항공 국가산단을 태양광 시범 산단으로 선정해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기업의 혁신 파트너로서 산단 네트워크 구축, 로봇 보급, 디지털·AI 전환,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미래 산단 인프라를 조속히 만들어 갈 계획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산업단지'라는 공간을 혁신하는 것이다.

입주 기업은 산단의 새로운 인프라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력을 강화해 제조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이다.

이를 디딤돌 삼아 산업을 선도하는 많은 혁신 기업이 등장해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이상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