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로 치매까지 정복한다고?”...‘10대 미래기술’ 발표됐다는데

WEF, 세상바꿀 미래기술 선정
살아있는 박테리아 주입해
환자 몸속에서 치료제 생산

전세계 에너지 수요 급증에
SMR·핵융합 대안으로 부상
생성AI 워터마킹 기술도 선정

24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AFP = 연합뉴스]

세계가 열광한 비만치료제는 치매까지 치료할 수 있을까.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환자 몸속에서 직접 치료제를 생산하는 시대가 올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꼽은 올해 10대 미래유망기술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원자력 기술을 포함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의 신약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AI)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생성형 워터마킹 기술 등이 선정됐다.

향후 3~5년 내 사회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기술이란 평가다.

다보스포럼은 24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2025년 미래유망기술(Top 10 Emerging Technologies of 2025)’를 발표했다.

다보스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10대 기술을 뽑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기술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미래를 바꿀 10가지 기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SMR은 원자로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생산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한 소형 원자로다.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해 SMR은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가 가능하며, 원자로에 필수로 포함되는 증기 발생기 등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한 형태다.

연결 배관이 필요 없어 안전성이 높다.

모듈 형태로 제작·조립되기에 건설 비용과 기간이 대폭 줄어 설치 비용이 낮다는 점도 특징이다.

SMR 외에도 고온가스로, 핵융합의 발전도 기대된다.

최근 안정적 플라스마 유지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 등이 들리고 있다.

AI 사용 폭증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대폭 증가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GLP-1 기반 신약 기술도 선정됐다.

GLP-1 신약이 최근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등 뇌 관련 질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어서다.

GLP-1 계열 약물은 혈액을 통해 뇌에 도달한 뒤 신경세포와 교질세포의 염증을 억제하고 독성 단백질 제거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기반해 인지·운동 기능 개선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혈뇌장벽을 뚫고 약물 전달이 가능한 신약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노년층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대응 솔루션 역할을 하며 질병을 지연시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생성형 AI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생성형 워터마킹 기술도 10대 기술에 포함됐다.

최근 생성형 AI로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화풍에 대한 저작권을 두고 일부 논란이 일었다.

생성형 워터마킹 기술은 생성형 AI 콘텐츠에 신뢰성과 출처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생성물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마커를 삽입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콘텐츠의 무단 복제, 허위정보 유포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짜 뉴스, 저작권 침해, 사칭 콘텐츠로 인한 사회 혼란을 예방할 수 있으며, AI 윤리 및 투명성 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이 24일 중국 톈진에서 ‘10대 유망기술’ 선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WEF 홈페이지 캡처]

환자 체내에서 치료제를 직접 생산하도록 한다는 개념의 차세대 치료 플랫폼 기술 역시 10대 기술에 선정됐다.

프로바이오틱스나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살아 있는 생물체의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 몸 안에서 단백질, 효소, 호르몬 등 치료제를 직접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치료제다.

합성생물학까지 가미하면 생체 시스템에 스위치를 장착해 특정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치료제를 생성하거나 중단시키는 설계를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몇 가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항암, 당뇨, 상처 치료 등 다양한 적용을 위한 기술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에너지 저장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도 10대 기술에 들었다.

이 기술은 배터리 구조물 자체에도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탄소섬유, 에폭시 수지 등 가볍고 강도가 높은 복합소재로 구성됐으며 3차원(3D) 프린팅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구조물 자체가 에너지를 저장함으로써 제품 설계의 혁신을 가져오고, 제조 공정을 간소화하며 탄소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와 내구성, 안전성 등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삼투압 발전 기술도 주목받았다.

삼투압 발전은 바닷물, 민물과 같이 염분 농도가 다른 두 수계 사이 삼투압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청정 재생에너지 기술로 주목받는다.

기술과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생화학 신호 센서 기술도 선정됐다.

이 기술은 질병 바이오마커나 환경오염 물질, 토양 상태 등 특정 생화학 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효소, 항체, 살아 있는 세포 등을 센서에 결합해 특정 화학물질을 탐지하고, 이를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생물 기반 센서가 활용되며,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AI와 결합으로 능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현재 전 세계 식량 생산의 50% 이상을 가능하게 하는 비료의 핵심 성분인 암모니아를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하는 ‘녹색 질소 고정 기술’, 천연 효소의 기능을 모방하면서도 더 높은 안정성과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인공 나노 소재 기반 촉매인 ‘나노자임 기술’도 포함됐다.

차량과 도로, 드론, 건물 등에 장착된 다수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AI를 이용해 이 데이터들을 융합해 상황을 인지하고 의사결정을 돕는 기술인 ‘협업 감지 기술’도 10대 기술에 꼽혔다.

올해 10대 기술 선정에 참여한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은 하계 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

이 연구부총장은 “올해 10대 기술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며 “한국도 혁신 기술 분야에서 대체 불가 원천 기술들을 개발해 관련 미래 산업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