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우가 11번홀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그린을 향해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주최 측은 대회 최종일 이 홀 전장을 295야드로 줄여 공격적인 공략을 유도하고 있다.

매경DB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이 열리는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는 '힐링 골프장'으로 손꼽힌다.

서울에서 가까운 양평에 있지만 삼각산 자락에 자리 잡아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48만㎡(약 45만평) 용지 위에 18홀만 고즈넉하게 들어서 있어 한 홀 한 홀이 완전하게 분리돼 있다.

골퍼들에게는 산림욕과 힐링을 하기 좋은 골프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30일부터 사흘간 더스타휴 골프&리조트에서 열리는 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는 더스타 휴(休)의 '휴'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어느 대회보다 까다로운 '파4홀' 때문이다.

대회 기간 선수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티샷을 잘 날려도 생각보다 길게 남는 세컨드샷을 앞두고 '휴~'라는 탄식을 내뱉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까다로운 홀에서 파를 잡아낸 뒤 '휴~'라는 안도의 한숨이 터지는 모습도 익숙해진다.


지난해 홀별 난도를 살펴보면 더스타휴 골프&리조트는 파5홀은 쉽고, 파4홀은 까다롭다.

대회 최종일 280야드로 짧아지는 11번홀(파4)를 제외하고 9개 파4홀의 평균 타수는 오버파로 조사됐다.

어려운 홀 상위 7개가 모두 파4홀이다.

방심했다간 순위가 미끄러진다.


반면 파5홀에서는 무조건 버디를 잡아야 한다.

작년 가장 쉬운 홀 순위에서 1~3위가 모두 파5홀이다.

난도 18위인 3번홀(파5·457야드)에서는 이글이 13개나 나왔고, 난도 17위 18번홀(파5·525야드)에서는 버디가 84개나 쏟아졌다.

쉬운 홀 3위 13번홀(파5·525야드)도 버디 58개·파 212개가 기록되며 보기를 범하면 경쟁자들에 비해 2타 이상 손해를 보는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 홀 배치가 극적이다.

잠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다.

어려운 홀과 쉬운 홀이 반복되는 구조다.


전반 9개 홀 중 '난도 톱10'은 2번홀(파4·388야드), 4번홀(파4·383야드), 6번홀(파4·369야드) 그리고 8번홀(파4·394야드)와 9번홀(파4·416야드)이 배치돼 있다.

자칫 흐름이 깨진다면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하는 일명 '전반 홀수홀'에서도 타수를 잃을 수 있다.


후반 9개 홀은 시작과 마지막에 함정이 숨어 있다.

10번홀(파4·405야드)은 작년 가장 어려웠던 홀이다.

평균타수 4.281타다.

사흘간 버디는 단 18개로 전체 홀 중에서 가장 적다.

반면 보기가 77개, 더블보기가 8개, 트리플보기 이상이 3개나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3개 홀에서 승부가 갈린다.

16번홀부터 18번홀까지 이어지는 3개 홀은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 중간에 '아멘코너'가 있듯이 긴장하지 않으면 아멘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어려운 '마의 연속 홀'이다.

16번홀(파4·399야드)과 17번홀(파4·416야드)은 지난해 난도 7위와 2위다.

특히 17번홀은 지난해 평균 4.237타가 기록됐다.

보기 87개와 더블보기 4개가 나왔다.

순식간에 순위표에서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홀이다.

선수들은 이 홀을 막판 승부처로 꼽는다.

박민지는 "전장이 380m인데 핀이 뒤쪽이나 앞쪽에 있을 경우에는 난도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비가 오거나 앞바람이 강하게 불면 파5라고 느껴지는 공포의 홀이 된다"면서 "최종일 17번홀 결과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18번홀(파5·525야드)은 '무조건 버디홀'이다.

타수를 줄여야 우승할 수 있다.

지난해 난도는 17위, 두 번째로 쉽게 플레이됐다.

이 홀에서 보기와 더블보기는 각각 17개와 1개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버디가 84개나 쏟아졌다.


대회 최종일에는 11번홀은 꼭 봐야 한다.

드라이버를 잡고 파4홀에서 '원온 시도'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대회 주최 측은 최종일 11번홀(파4) 코스 세팅을 달리해 '원온 쇼'를 유도하고 있다.

1·2라운드 때에는 404야드로 운영되는 11번홀은 최종일 295야드로 바뀐다.


원온 시도의 비밀은 내리막. 티잉 에어리어와 그린의 고저 차가 45m나 되는 만큼 선수 대부분이 원온을 시킬 수 있다.

최종일 기준으로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 중앙까지는 직선거리가 235m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 끝에 '아일랜드 홀' 그린이 자리 잡고 있어 정교함까지 갖춰야 한다.


2017년 11번홀에서 대부분 선수는 우드를 잡고 끊어 가는 전략을 택했지만, 장타력에다 배짱까지 두둑한 최혜진은 드라이버를 잡고 그린을 향해 힘차게 샷을 날렸다.

하늘 높이 솟구친 공은 그린 앞을 가로지른 연못과 벙커를 넘더니 핀 7.5m 근처에 떨어졌다.

모험은 결국 이글로 연결됐고 이 우승의 든든한 발판이 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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