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인선’ 나선 트럼프…재무장관에 베센트·백악관 부보좌관에 웡

‘과열경쟁’ 논란에 밀려났다 관측
돌고 돌아 다시 베센트 최종 낙점
‘미국 우선주의’ 본격 실행 옮길듯
대북협상 참여했던 웡 인선 두고
‘북한과 대화’ 메시지라는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할 재무장관 후보자로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에 1기 행정부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을 발탁하는 등 모두 9명의 인선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로써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농무부 장관을 제외한 장관 후보자 인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한때 소로스의 오른팔…트럼프 관세공약 적극 지지
트럼프 당선인은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지명하는 성명에서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베센트는 내가 세계 최고의 경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 자본의 목적지로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 통화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센트는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공정 무역 불균형을 막고, 특히 다가오는 세계 에너지 시장 지배를 통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재무부는 세금과 국가부채, 금융규제, 제재, 경제외교 등 다양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베센트 지명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유지’, ‘불공정한 무역 불균형’ 등 미션을 직접 설명한 만큼, 환율과 조세 정책의 ‘미국 우선주의’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베센트 지명자는 1962년생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이다.

예일대를 졸업한 뒤 월스트리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세계적 투자자이자 오랜 민주당 지지자인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근무하며 ‘소로스의 오른팔’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베센트는 소로스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아 키스퀘어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뒤 상당한 규모의 기부금을 모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직후부터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와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백악관 국가경제위회(NEC)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도 두 후보에 더해 추가 인물을 물색했지만, 결국 트럼프 당선인의 선택은 베센트로 돌아왔다.

그와 경쟁했던 러트닉은 지난 20일 상무장관에 지명됐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초강경 관세 공약을 적극적으로 옹호했고, 정부 지출축소와 부채감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편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해왔다.

그는 폭스뉴스에 15일 기고한 칼럼에서 “관세는 국가 내에서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이자 정부 수입 창출 도구”라면서 “동맹국이 자국 국방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하도록 하거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등에 관세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북협상 실무맡았던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에…“트럼프 노벨상 받아야” 고르카도 백악관 입성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 부부좌관 내정자 [미국 국무부]
이날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지명된 알렉스 웡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대북특별부대표로서 그(웡)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

알렉스는 또 국무부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시행 노력을 주도했다”고 소개했다.


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을 위해 2018년 7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하는 등 대북 협상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2018년 8월 스티븐 비건이 대북특별대표에 임명된 이후에는 차석 대표 역할을 하며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했다.

웡은 2019년부터는 대북특별부대표직을 수행하며 국무부의 대북 실무 전반을 맡기도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영문학과 불어를 전공한 그는 하버드 법학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DC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대기업에 국제 무역, 정부 조사, 규제 준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왔다.

그는 쿠팡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웡을 수석 국가안보 부좌관에 임명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의지와 관련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대북 외교를 업적으로 홍보해왔고,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내비치곤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세바스찬 고르카를 대통령 부보좌관 겸 대테러 담당 선임 디렉터로 내정했다.

고르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통령 전략가(Strategist)로도 활동했던 바 있다.


고르카는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난 2018년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이 현직 미국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회담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트럼프는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보다 노벨 평화상을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기 행정부 이어 2기서도 중용…예산관리실장 바우트·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터너
백악관 부보좌관으로 낙점받은 웡과 고르카처럼,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인선에서 1기 행정부에서 신임한 인물을 2기 행정부에서 다시 중용하는 성향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예산관리실(CMB) 실장에 러셀 바우트를 다시 내정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CMB 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우트는) 모든 정부 기관에서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시행하는 데 도움을 줄 공격적인 비용 절감자이자 규제 완화 전문가”라며 “‘딥스테이트’(Deep State·연방정부 내 기득권 세력)를 해체하고 ‘무기화된 정부’를 종식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OMB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끌 정부효율부와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주택도시개발부(HUD) 장관에 지명된 스콧 터너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기회·활성화위원회(WHORC) 위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NFL 워싱턴 레드스킨스 소속 선수로 활약했으며, 이후 정치에 입문해 2012년 텍사스주 하원의원에 당선, 2017년까지 활동했다.

그는 현재까지 지명된 트럼프 2기 내각 가운데 첫 흑인 장관 후보자다.


노동부 장관에는 라틴계 여성 차베스-디레머…장관 가운데 농무부 장관만 남아
트럼프 당선인은 노동부 장관에는 라틴계 여성 초선의원인 로리 차베스-디레머 하원의원(오리건)을 지명했다.

그는 2002년 오리건주 해피밸리시 공원위원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 해피밸리시의 시장직을 역임한 뒤 2022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의회에 입성했다.

그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는 재선에 실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노동자들에 엄청난 기회를 창출하고, 훈련과 견습을 확대하고,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트럼프 당선인은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에 재닛 네셰이와트 박사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에는 데이브 웰던 전 하원의원을, 식품의약국(FDA) 국장에는 마티 마카리 존스홉킨스대 외과 전문의를 각각 내정했다.


이날 무더기 인선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농무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인선을 마무리했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켈리 레플러 전(前) 연방 상원의원에게 농무장관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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