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입국장을 서성거리던 A씨가 세관 직원에게 덜미를 잡혔다.

행색은 해외여행객이었지만 수상한 행동을 눈여겨보던 인공지능(AI)이 밀수범 A씨를 포착했다.

통관 단계에서 여행자를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는 A씨의 생체 신호와 표정 변화까지 읽어내 범법 행위 단속을 도왔다.


A씨와 같은 우범 여행자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공항·항만 통관 절차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준비를 마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세청은 세관 현장에 적용할 첨단 기술에 대한 실증 작업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현장 적용을 검토 중이다.


관세청은 31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과기정통부와 '첨단 기술 활용 관세 현장 연구 성과 시연회'를 열고 혁신 성과물을 시연했다.

과기정통부와 관세청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두 기관은 2021년부터 공항·항만 등 세관 현장에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첨단 기술 적용이 본격화되면 현재 공항·항만 통관 절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약 등 밀도가 낮은 물질을 정확히 선별하는 소형 화물 검색용 복합 엑스레이 장비가 대표적이다.

기존 투과형 엑스레이 방식에 산란 방식을 결합해 판독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 장비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부산국제우편센터에 시제품을 설치하고, 11월부터 실제 우편물을 대상으로 판독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그동안 검색이 어려웠던 소형 마약과 우편 등으로 반입되는 은닉 마약에 대한 검색 능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국내 마약이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확산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우범 여행자 식별·추적 시스템도 본격적인 가동 채비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공항 등에 설치돼 있는 CCTV를 통해 우범 여행자의 동선을 사람이 직접 감시해왔는데,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우범 인물을 가려낼 수 있다.

카메라 영상으로 여행자의 생체 신호와 표정 변화 등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 기술은 통관 단계에서 여행자의 심리 불안 상태를 측정하고, 위험 인물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는 과학적 판단 기준을 제공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와 관세청은 1단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부터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 2.0 사업'에 돌입한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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