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4곳 신규 상장한 사이
퇴출 기업은 14곳에 그쳐
당국, 상폐 절차 손보기로
보수적인 상장폐지 절차로 이른바 ‘좀비기업’이 쌓이면서 국내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지적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위해 나섰지만 퇴출 기업 수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이르면 내년에 상장폐지 제도가 개선되면 한계 기업의 퇴출이 본격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의 수는 14개사다.
자회사 편입·합병, 이전상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선박투자회사, 해외자원개발투자회사 등을 제외한 수치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서는 2개사가 상장폐지됐고, 코스닥시장에서는 12개사가 내쫓겼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코바이브가 퇴출됐고, 코스닥 상장사는 올해보다 3개사가 적은 총 9개사가 상장폐지됐다.
거래소는 기술상장부에 특별심사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상장 심사 지연 해소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신규 상장사 수도 지난해와 유사하다.
이날 기준으로 올해 이전상장·재상장·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등을 제외하고 코스닥 시장에 데뷔한 기업은 총 49개사다.
지난해에는 총 70개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규 상장 수는 지난해와 올해 동일한 5개사다.
올해부터 거래소는 상장폐지 대상 기업에 부여하는 개선기간을 압축하는 등 ‘부실기업 퇴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장폐지 제도 개편까지 시간이 걸리는만큼 현재로서는 현행 규정 내에서 속도를 올리는 데 주력하는 셈이다.
거래소는 심의위원회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거쳐서 개선 기간을 부여한다.
과거보다 개선기간을 짧게 부여하는 추세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개선기간이 줄면 거래 정지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상황에 맞춰 최대한 짧은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며 “상장폐지 제도 개편이 이루어지면 상폐 심사 속도를 더욱 높여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은 연내에 발표되고 이르면 내년도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4월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퇴출 기업 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신규 상장 기업 비율이 한국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거래소는 4월과 7월에 각각 ‘코스닥 퇴출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과 ‘증권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내달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는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에 제도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폐 요건은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가 심사 과정에서 부여받는 개선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 상장사의 심사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들의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 기준도 높아진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는 시총이나 연 매출이 50억원에 못 미치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시총 기준은 40억원, 매출 기준은 30억원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각 기준을 최대 2배까지 늘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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