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 반대"…전례 없는 결혼식 치른 일본 마코 공주

지난 2017년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약혼을 발표하는 마코 공주(오른쪽)와 고무로 게이. [AFP =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30) 공주가 왕족으로서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결혼해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교도통신, 지지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왕실 사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궁내청 직원이 마코 공주와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기인 고무로 게이(30)의 혼인 신고서를 이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여성 왕족이 결혼하면 왕적을 박탈하는 일본 법에 따라 마코 공주는 왕족의 신분을 벗고 일반인 '고무로 마코'가 됐다.

하지만 마코가 게이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일본 국민의 반대여론이 거세 공식 축하 행사도 없이 서류 절차만으로 혼인 의식이 사실상 종료됐다.


일반인과 결혼해 왕실을 나가는 공주에게는 품위유지를 위한 일시금 최대 1억5250만엔(약 15억 5891만원)이 전달되지만 마코 공주가 반대여론을 의식, 이를 수령치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품위유지를 위한 일시금 미수령은 지금까지 처음 있는 사례로 전해졌다.


아사히(朝日)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가 올해 9월 22∼28일 인터넷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3%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고 대답했다.

궁내청이 2017년 9월 약혼을 발표하고 약 석 달이 지난 후 나온 주간지의 보도가 결혼을 둘러싼 논란의 발단이었다.

게이의 모친이 과거에 약혼 상대였던 남성과의 사이에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고무로의 어머니가 동거하던 남성에게 4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폭로였다.

이후 마코와 게이를 둘러싼 억측과 결혼이 통상 15억원이 넘는 일시금을 노린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이에 일본 왕실을 담당하는 궁내청은 2018년 2월 결혼 연기를 발표했다.

앞서 마코의 부친인 후미히토는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납득하고 기뻐할 상황이 안 되면 결혼식을 올리기 어렵다"고 밝히는 등 게이가 의혹을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후미히토는 결혼을 인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미국 CNN은 24일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평민'은 왕족의 배우자가 될 수 없다는 일본인의 계급 의식, 여성 혐오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6일 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마코 공주의 건강상 문제로 '서면 답변'으로 대체했다.

궁내청은 서면 답변과 관련해 마코 공주가 의사와 상담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질문으로 인해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마코 공주가 충격을 받고 심적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1일 궁내청은 마코 공주가 '복잡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혼으로 왕실을 떠나는 마코 공주(왼쪽)가 26일 오전 도쿄의 관저에서 동생 가코공주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교도통신 연합뉴스]

한편 고무로 부부는 당분간 도쿄 시부야구의 아파트에서 지내다 미국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다.

고무로는 지난 5월 로스쿨을 수료한 뒤 현지 로펌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의 초임 연봉은 20만5000달러(약 2억 3898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또 뉴욕의 치안 상황에 대한 우려로 외무성이 현지 경찰의 경비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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