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부터 달려가는 이재용…역대 최대 20조 반도체 투자 시동

2011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 처음 출근한 이건희 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매경DB]
지난 8월 광복절에 가석방 출소 후 두 달여 동안 잠행을 이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맞아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르면 다음달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결정과 함께 인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르면 다음 달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방문지로는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건설 후보지가 위치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다.

출국이 성사될 경우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이 부회장의 첫 해외 출장이 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후보지로는 5곳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서는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인접한 데다 테일러시의회가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과 용수 지원을 포함한 지원 결의안을 지난 14일(현지시간) 최종 의결했다.

용지가 확정될 경우 삼성의 해외 단일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170억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아직 삼성 측은 "미국 연방정부와의 협의 등도 남아있어서 아직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출소 후 지금까지 이 부회장은 별다른 공식일정이나 대외 활동 없이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해 왔다.

취업제한 논란을 의식한 듯 가석방 후에는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매주 진행되는 재판으로 인해 해외 출장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공개 일정은 지난달 14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을 약속한 자리 정도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오는 25일 부친의 1주기를 기점으로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이병철 선대 회장 별세 후 6년 만인 1993년에 신경영 선언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의 미래 비전을 보여줬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하면서 사실상 삼성을 이끌게 된 이 부회장에게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감 기간 등을 제외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보폭을 넒혀 나가야 하는 시기라는 얘기다.

특히 삼성에는 파운드리 용지 선정 외에도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경영 현안이 산적해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1위 지위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에 달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메모리 분야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 매출은 전체의 7%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선두 업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건설 외에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파운드리 시장 경쟁자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1위인 대만 TSMC의 50%와 격차가 크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성사될 경우 이 기간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형 인수·합병(M&A)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 출소 직후 삼성은 240조원에 달하는 투자계획과 함께 3년간 4만명의 고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만간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컨설팅 보고서는 올해 말께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보고서를 참고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미래전략실 부활까지는 아니어도 이에 준하는 조직의 설립도 예상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컨트롤타워 조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연말 인사 역시 속도를 내고 규모도 키울 전망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12월 초로 예상되던 인사가 다음달 중순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 폭도 과거보다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처음 수감된 이후 매년 임원 인사가 시행됐지만 교체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은 25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고려해 최소 인원으로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식 참석자는 이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일부 계열사 사장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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