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크레인 점거 농성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크레인 점거와 전면파업 사태까지 맞은 현대중공업 노사가 강 대 강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측은 교섭 진척을 위해 점거부터 풀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임단협 교섭 추가 안부터 제시하라는 태도입니다.

다만, 노사가 서로 대화 의지는 보여 교섭 마무리를 위한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오늘(9일) 담화문을 내고 "임단협 마무리를 위한 교섭을 진행하던 와중에 노조가 느닷없이 크레인 불법 점거에 들어갔다"며 "2차례 잠정합의안 부결 책임을 회사에만 떠넘긴 채 작업장을 봉쇄한 것은 마무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또 "점거와 도로 봉쇄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조가 현안 해결을 요구하면서 계속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여주기식 투쟁이 아니라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며 "더욱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방역 지침까지 위반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올해 들어 신규 선박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데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소모적 갈등으로 놓칠 수 없다"며 "앞으로 임금은 기본급 위주 체계로 바꾸고 이익을 낸 만큼 반드시 보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사장은 "회사 시설물에서 즉각 퇴거하고 업무에 복귀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반면, 노조는 크레인 점거 농성을 풀려면 회사가 교섭 추가 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노조는 "투쟁을 안 하면 회사는 교섭에 나오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하면 교섭하는 척 시간을 끌며, 파업하니 파업을 중단해야 교섭하겠다고 한다"며 "결론적으로 어떻게 하더라도 교섭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파업 중단을 위해 사측이 교섭안을 제시하면 될 일인데, 노조 간부에 대한 형사고발 등으로 오히려 해결하기 힘든 과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회사는 2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3개월 동안 아무런 안을 제시하지 않고 버티다가, 투쟁하니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면서 노사 관계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레인 점거 이후 노사 관계가 더 경직되면서 노조는 지난 6일 시작해 9일까지로 예정한 전면 파업을 오는 14일까지로 연장하고 15∼16일은 사업장별로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또, 금속노조 영남권 결의대회를 14일 현대중공업 앞에서 열 계획입니다.

노조는 14일 이전에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측은 노조 불법 행위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입니다.

크레인과 도로 점거 등에 책임을 물어 노조 지부장 등을 형사고발 했고, 생산 차질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예고했습니다.

노사가 서로 압박하는 모양새여서 당분간 갈등이 심화할 전망입니다.

다만, 노사 모두 대화는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여, 사태 해결을 위한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5월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법인 분할)을 놓고 노사가 마찰하면서 지금까지 교섭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5일 1차, 4월 2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모두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교섭이 부진해지자 노조는 지난 6일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조경근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명은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 유나겸 인턴기자 / optimusyu@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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