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군용기 추락 현장서 수색작업 하는 구조대
필리핀군의 C-130H 수송기가 남부 술루주 홀로 섬에 추락해 탑승자 96명 중 47명이 숨지면서 사고 발생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5일) 군 당국의 발표와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조종사가 활주로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릴리토 소베자나 필리핀군 합참의장은 사고 직후 성명을 통해 "조종사가 활주로를 찾지 못했고 수송기를 통제하지 못해 결국 추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추락한 수송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공항은 필리핀 내 다른 공항들에 비해 활주로가 짧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숙련된 베테랑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착륙이 극히 어려운 곳으로 통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또 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수송기가 공격을 받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공항 주변이 산악지대여서 우천 등 기상 악화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당일 기상 상태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일련의 정황을 감안하면 C-130H는 조종사가 활주로를 벗어나 부근 산악지대에 불시착하면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서부 민다나오 사령부의 코를레토 빈루안 중장은 "수송기는 활주로를 지나쳐 얕은 벼랑에 처박히면서 두 동강이 났고 곧바로 화염에 휩싸였다"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생존한 49명의 탑승자 중 다수는 비행기가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에 기내 밖으로 뛰어내렸고 이로 인해 폭발을 피할 수 있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탑승했던 군인들은 최근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이슬람 반군이 활동하는 지역에 투입되기 위해 남부 민다나오섬 카가얀데오로시에서 비행기에 탔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한편 군 당국은 올해 들어 군용기 추락 사고가 빈발하자 곤혹스러워하면서 그동안 결함이 있는 군용기를 구매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할까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리처드 고든 상원의원은 사고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올해 들어 사망자가 다수 나온 항공사고가 4번이나 발생했다"면서 "필리핀 공군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하자가 있는 비행기를 사오는 거냐"고 질타했습니다.

이에 델핀 로렌자나 국방 장관은 군 당국이 하자가 있는 비행기를 구매했고 이로 인해 추락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나 주장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앞서 지난달에도 필리핀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마닐라 북쪽의 사격장에서 진행된 야간 훈련 도중 추락해 탑승자 6명 전원이 사망한 바 있습니다.

항공안전네트워크(ASN)에 따르면 지난 1993년에도 필리핀 공군이 보유한 C-130 수송기가 추락해 30명이 숨졌습니다.

이번에 추락한 C-130H 수송기는 필리핀군이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제작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폴란드 회사로부터 구매한 기종이라고 일간 필리핀스타는 전했습니다.

이 기종은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에 주로 이용됩니다.

[ 구교범 인턴기자 / gugyobeom@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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