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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오 캐릭터 (출처: 산리오 공식 홈페이지) |
감정이 매출로 이어지는 시대.
소비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캐릭터 IP(지식재산권)가 더 이상 부차적 마케팅 수단이 아닙니다.
팬덤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고속 확산되는 '감정형 IP'는 브랜드 충성도와 반복 소비를 견인하는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 중에서도 AI와 XR의 결합은 캐릭터의 역할을 콘텐츠에서 플랫폼, 플랫폼에서 경험 설계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 산리오의 귀환…'디지털 리포지셔닝'으로 승부수
산리오는 원래잡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974년 "말하지 않는 캐릭터가 더 많은 감정을 전한다"는 전략으로 입이 없는 고양이 '헬로키티'를 선보였습니다.
키티는 2000년대 중반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IP 의존과 노후화로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전환점은 2020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쓰지 토모쿠니였습니다.
그는 키티 일변도를 탈피하고 쿠로미·폼폼푸린·시나모롤 등 2군 캐릭터를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디지털 리포지셔닝'이었습니다.
제페토·틱톡 등 글로벌 MZ 기반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하고, SNS 밈(meme)과 커스터마이징 굿즈로 확산시켰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팬층은 다시 확대됐고, 캐릭터당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산리오의 시가총액은 2020년 7천억 원대에서 지난해 약 17조 원으로 20배 이상 뛰었습니다.
◇ 구즈경제와 라부부…중국식 감정소비의 진화
중국에서도 감정형 IP가 핵심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는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가 지난 2019년 인수한 캐릭터 '라부부(Labubu)'입니다.
라부부는 복슬복슬한 외형에 뾰족한 이빨,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은 사용자 감정을 쉽게 투영하게 만듭니다.
중국 Z세대는 이 캐릭터를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감정의 분신'으로 소비합니다.
팝마트는 60위안 안팎의 랜덤 피규어, '블라인드 박스' 전략으로 반복 소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SNS 인증과 팬덤 커뮤니티가 구매욕을 자극하며 폭발적으로 확산됐습니다.
현재 팝마트의 시가총액은 약 60조 원으로, 세계 최대 완구 기업 매텔(Mattel)과 일본 산리오를 합친 것보다 큽니다.
이른바 '구즈경제(谷子經濟·굿즈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굿즈경제 시장 규모는 약 1천690억 위안(한화 약 32조 5,1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7%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iiMedia Research는 2029년 중국 굿즈경제 시장 규모가 3천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 디즈니, IP를 AI·XR 기반 몰입형 자산으로
디즈니는 단순히 유명 캐릭터를 보유한 기업이 아닙니다.
디즈니는 AI와 XR을 기반으로 캐릭터 IP를 '몰입형 경험 자산'으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겨울왕국 2'에서 눈과 얼음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스웁(Swoop)'이라는 AI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는 머신러닝 기반 조명 시스템까지 도입해 제작 시간을 30~40% 줄이면서도 퀄리티는 더 높아졌습니다.
실사 영화에서도 AI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인디애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는 디즈니의 자체 기술인 'FRAN(Face Re-aging Network)'을 활용해 79세 배우 해리슨 포드를 35세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AI는 배우의 나이, 캐릭터의 시간 제약을 뛰어넘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IP를 활용한 오프라인 경험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디즈니 크루즈입니다.
이 크루즈는 미키마우스, 마블, 픽사 등 인기 캐릭터로 꾸며져 있습니다.
영화관, 퍼레이드, 체험 공간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디즈니 팬들이 직접 몰입하고 즐기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덕분에 탑승객 10명 중 8명은 다시 찾겠다고 답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습니다.
이는 대표적인 '팬덤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나연 기자 / naye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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