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임대차 갱신 계약
42.4%... 2021년 이래 최고치
전세가 급등에 대출까지 막히자
‘내집마련’ 대신 ‘계약갱신’ 나서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전세
계약 방식에 따라 금액 10억원 이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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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아파트 임대차(전월세) 거래에서 계약 갱신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는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의 전세금액이 10억원 이상 차이나는 사례가 발생했다. 사진은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
서울 아파트 임대차(전월세) 거래에서 계약 갱신 비중이 늘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6·27 대출 규제로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기존 살던 전셋집에 재계약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전세매물이 줄어 전세금이 오르면서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임에도 신규 계약이냐 갱신 계약 여부냐에 따라 전세 보증금이 10억원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발생 중이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30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1만3571건) 중 갱신 계약이 5748건(42.4%)이었다. 지난달(38.7%)에 비해 3.7%포인트나 오른 수치로, 신고된 임대차 계약 중에서 갱신거래 여부를 표시하기 시작한 2021년 이래 최대치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계약 갱신 비중은 올해 들어 계속해서 상승했다. 지난 1월 34.2%를 기록한 뒤 5월 38.5%까지 급등했다. 이어 6월 대출규제로 신규 임대차 거래에 제약이 생기자 갱신계약 비중이 급기야 40%선을 돌파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2020년 이후 2021년 7월(27%), 2022년 7월(35%), 2023년 7월(24%), 2024년 7월(29%)의 평균 갱신 계약 비중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최근 전세가가 급등하고 각종 규제로 전세 매물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며 기존 집에 머물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갱신 거래 중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비중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한때 30%까지 내려갔던 비중이 이달 53.4%까지 올라왔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집주인의 뜻과 상관없이 전·월세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 갱신 계약자와 신규 계약자가 체결한 거래 가격이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2년 전 13억~15억원대였다. 그래서 이달 이뤄진 전용 84㎡ 갱신계약은 전세가가 13억6500만원~16억8000만원 선에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규 전세가격은 20~24억원까지 치솟는 상황이다. 계약 방식에 따라 전세 가격이 10억원 가량 차이나는 것이다.
갱신 계약을 맺을 때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월세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월세도 갱신계약과 신규계약의 금액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9일 원베일리 전용 84㎡(14층)은 보증금 13억원, 월세 500만원에 신규계약됐는데, 이틀 뒤 같은 평형이 보증금 13억원, 월세 26만원에 갱신계약됐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59㎡는 지난 29일 보증금 4억원, 월세 21만원에 갱신 계약됐지만, 이달 11일 같은 평형이 보증금 4억원, 월세 11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성동구 행당 한진타운 전용 84㎡도 지난달 30일 보증금 2억원, 월세 140만원에 갱신 계약됐지만, 이달 12일 보증금 2억원, 월세 210만원에 신규계약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규제 등으로 선뜻 주택을 매매할 수 없는 상황에 전세까지 오르면 자금력 약한 서민의 경우 월세 시장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몰리면 월세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월세 시장 전반에 걸쳐 계약을 갱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6.27 대출규제에서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전세 시장이 ‘갱신 계약’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결국 ‘전세 잠김 현상’이 나타난다”며 “유통 매물이 작다보니 작은 자극만으로도 전셋값이 급등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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