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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전환, 100% 동의는 너무한데”…공사중인 레지던스 ‘6만실’ 벌금 공포
기사입력 2025-04-28 21:55
오피스텔 전환 못하면 벌금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자 다급

계약자 동의율 80%로 낮추는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발묶여

최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인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 현장. 한화 건설부문
(주)한화 건설부문이 짓는 생활형숙박시설인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2027년 입주)은 최근 시행사가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계약자들에게 동의서를 받고 있다. ‘수분양자협의회’가 올해 초 시행사 측에 먼저 요청해 진행하게 됐다. 협의회 측은 “대다수 수분양자가 원하는 만큼 연내 용도변경을 완료해 이행강제금과 잔금대출 문제 등이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단지가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오피스텔로 변경하려면 ‘계약자 100%’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동의서 회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 동의율이 90%에 육박한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수분양자들이 있어 마지막 동의 작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공인중개업소는 “계약자 100% 동의를 얻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을 조금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준공 전인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는 데 필요한 동의율을 80%로 낮추는 법 개정안이 공회전 중이다. 언제쯤 법이 개정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현재 공사 중인 약 6만실의 생활형숙박시설에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28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준공 전 생활형숙박시설의 용도변경 동의율을 현재 100%에서 80%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인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가능할 것 같다”며 “6월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언제쯤 통과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올해 2월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사용승인 전인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주택 건축물을 용도변경할 때 ‘100%’로 돼 있는 동의율 조건을 ‘5분의 4 이상 동의(80% 이상)’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가 신속한 법안 처리을 위해 의원입법으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 방안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는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유예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때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던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 등을 대폭 풀었다. 지방자치단체에 생활형숙박시설 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 적극적으로 지구단위계획 변경 및 용도변경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 지원에도 준공 전인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계약자 100%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계약자 모두에게 동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해당 개정안의 부칙을 보면 ‘법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올해 9월까지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 또는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신청한 소유자에 대해 2027년 연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절차 개시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당장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준공 전인 생활형 숙박시설은 올해 9월까지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신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년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공사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은 약 6만실이다.
한편 준공이 된 생활형 숙박시설들도 정부의 지원 방안에 따라 오피스텔 용도변경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자체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기준이 달라 혼선이 발생 중이다. 특히 금융 지원에 관한 내용이 빠져 분양대금 미납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고, 분양 계약자와 사업 시행자 사이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계약자 일부가 해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입주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레지던스연합회 등에 따르면 레지던스 계약자와 시행사 사이 집단소송은 전국적으로 50여 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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