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한 팩트북 등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전체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말보다 0.07%포인트 올랐습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의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팩트북을 공개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NPL은 1분기 말 현재 총 12조6천15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보다 27.7%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NPL은 지난해 2분기 말(10조4천800억원) 처음 1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1분기 석달 사이에만 한꺼번에 1조7천440억원이나 불었습니다.
NPL은 연말 부실채권 상·매각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분기가 가장 규모가 작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이례적으로 4대 은행의 NPL이 더 불어 사상 최대인 12조원대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은행 건전성 측면에서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5대 은행 1분기 말 가계·기업·전체 NPL 비율(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단순 평균 기준으로 한 분기만에 ▲0.04%p ▲0.07%p ▲0.05%p 각각 올랐습니다.
은행권은 이런 부실채권 급증과 연체율 상승의 배경으로 경기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 등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과 예상보다 늦어지는 금리 인하 속도로,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자 취약 차주들의 연체율과 NPL 비율이 1분기 큰 폭으로 올랐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은행권은 건전성 리스트 관리를 대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분할상환과 이자감면 등을 통해 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개인사업자119'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키우도록 구조조정 프로그램도 가동 중입니다.
NH농협은행도 핵심성과지표(KPI) 제도 등을 연체 초기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은 ▲건설·부동산임대업 ▲이익률이 낮고 부실 우려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보다 엄격하게 대출을 심사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여신지원그룹 직속 전담 조직인 '위기기업선제대응 액트(ACT)'를 신설하고 부실 징후 기업을 선정해 금융·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실 위험을 미리 관리해 여신(대출) 건전성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 김우연 기자 / kim.woo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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