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이 지난 주말부터 본격 시행됐다. 보행자 통행이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부 지역의 차량 제한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km(자동차 전용도로 등 예외 적용),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km 이하로 각각 낮추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시행된 안전속도 5030은 석 달의 유예기간 후 7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이 시행된다. 제한속도를 어길 경우 최대 1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도 시행 직후부터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행자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긍정론과 함께 “상황에 따라 현실적인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택시, 택배 등 ‘운전’을 업으로 하는 운수종사자들은 “(소요)시간은 곧 수입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라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 안착과 운전자들의 공감대 형성, 도로·신호체계 보완 등 합리적 제도 운영 등을 조언한다.

정부는 부산 영도구(2017년), 서울 4대문 내(2018년)에서 시범운영 결과와 외국사례,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2019년 4월 17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 같은 해 11월 부산 전역 전면시행을 시작으로 시행지역을 넓혀 왔다.

시범운영 결과, 부산 영도구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7.5% 감소했다. 서울 4대문 안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 중상자 수가 30% 줄어드는 등 일관된 사망·부상 감소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가장 먼저 전면 시행한 부산의 경우 지난 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33.8%나 감소해 보행자 교통안전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교통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의 주행실험 결과, 통행시간에는 거의 변화가 없어 제한속도를 하향하더라도 차량 소통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례와 폐해는 뉴스를 통해 수시로 접한다. 그만큼 과속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다.

과속을 하게 되면, 여러 측면에서 위험도가 상승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km/h로 주행할 때보다 40km/h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는 4배가 높고, 60km/h로 주행 때에는 무려 9배가 높다. 만약 60km/h로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히면 건물 5층(약 14m) 정도에서 떨어진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또 다른 보행자 충돌시험 결과에서는 30km/h로 충돌했을 때보다 60km/h로 충돌 시 중상 가능성이 6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속도 5030’ 도입이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시행된다는 게 다행스러운 이유다.

앞으로 석 달의 유예기간 동안 각 도로의 실정과 보행 환경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합리적인 보완을 통해 제도의 연착륙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을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나라다. 근면함과 순발력으로 일컬어지는 ‘빨리빨리’ 문화가 원동력이라는 게 세계의 평가다.

그 원동력을 도로에서 만큼은 ‘허비’해도 좋을 것 같다. 보다 안전한 도로환경을 위해서 말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말이 있다. 논어(論語) 자로(子路) 편에 나오는 공자의 ‘정치적 처세’에 대한 훈수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너무 서두르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굳이 글제에 맞춰 (지극히 주관적으로) 한자 뜻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속도에 욕심을 부리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쯤 되지 않을까.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급할 것 없잖아. 좀 늦으면 어때.

[이경재 기자 / mkl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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