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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AI 등장 머지않아"
기사입력 2020-12-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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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AI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는 장병탁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미래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성인 무릎 정도 높이의 사람을 닮은 로봇이 어린이 놀이방에서 볼 법한 알록달록한 매트 위를 돌아다닌다.

곳곳에 놓인 인형과 장난감에 부딪힐세라 작은 바퀴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꾼다.

손가락을 하나씩 쥐었다 폈다 움직이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관찰하는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도 한다.

마치 두세 살 정도 어린아이의 행동을 보는 듯하다.

또 다른 방에는 복잡한 코드를 짜는 대학원생들 주변으로 사람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자리 잡고 있다.

홈로봇을 가르치기 위해 가정집처럼 침대와 가구도 배치돼 있어 다른 연구실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서울대 AI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장병탁 컴퓨터공학부 교수(57)의 연구소는 가지각색 로봇들로 빼곡하다.

장 원장은 인공지능(AI) 학계 이단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가상의 바둑판 좌표 안에 존재하는 알파고를 뛰어넘어 인간과 유사한 몸을 가진 AI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마치 아이를 키우듯이 AI에 철학과 심리학, 교육학 이론 등을 접목하는 융합연구에도 열정적이다.

최근 서울대 AI연구원에서 만난 장 원장은 "유아기 아이처럼 완전한 자율 학습을 하는 차세대 AI가 30년 내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신러닝에 빠지게 된 계기는.
▷컴퓨터공학 학부생 2학년일 당시 1970년대에 출판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관련 책을 우연히 접했다.

책에서 기계가 퍼즐을 푸는 이야기를 읽고 머신러닝에 관심이 생겼다.

기계에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다소 느리지만 스스로 배우고 개선하는 AI에 매료됐다.

한국에서 머신러닝 기술이 주목받지 않을 때부터 30여 년간 연구활동을 하면서 AI 학계 태동기와 침체기, 산업화 시기를 몸으로 겪었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머신러닝 기술은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AI는 어떤 단계인가.
▷AI라는 말이 사용된 지 65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주목받는 기술이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1세대 고전 AI가 있었지만 AI 투자와 연구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빙하기가 길었다.

지금은 AI가 아닌 것도 AI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다.


지금의 AI에는 사람과 같은 몸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알파고가 바둑은 잘 둬도 두 눈으로 바둑판을 보지도 못하고, 손으로 바둑돌을 놓지도 못한다.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의 좌표세계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사람에게 의존해 데이터를 받아 학습한다.


―AI에도 몸이 필요한가.
▷우리 몸은 실세계의 데이터 수집 장치와 같다.

만져보고 데어야 뜨거운 걸 아는 것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식을 쌓는다.

우리 뇌도 빠르고 유연하게 실세계를 이해하는 학습장치다.

AI가 체스나 바둑 능력은 뛰어나지만 한 살짜리 수준의 운동 능력이나 지각을 갖추기는 매우 어렵다.

AI도 로봇을 활용해 가상에서 현실로 나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배우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런 학습은 24개월 미만의 영유아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만져보고 입에 넣어보며 배우는 방식과 비슷하다.


―어린아이와 같은 AI를 만드는 것인가.
▷그렇다.

심리학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과 뇌과학 이론 등에서 착안한 '베이비 마인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율적 학습을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착안했다.

심리학 언어학 기계공학 뇌인지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영유아는 눈, 귀, 손, 발 등으로 감각운동을 하며 주위 사물을 찾고 이해한다.

아이처럼 지능을 체화시키기 위해선 AI도 몸이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인간 수준에 도달한 AI는 사람이 데이터를 집어넣고 명령하지 않아도 24시간 완전 자율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학회에 관련 워크숍을 연다는데.
▷오는 11일 세계 최대 인공지능 학회인 뉴립스(전 닙스)에서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한국인이 뉴립스 워크숍을 주관하는 건 처음이다.

주제는 '베이비 마인드'다.

지금 머신러닝은 사람에 의존하지만 아이처럼 자율적 학습을 하는 AI에 관해 발표할 계획이다.

컴퓨터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워크숍에 함께한다.

미국 뇌과학자 게리 마커스와 워크숍 공동 의장을 맡았으며 셀레스트 키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 올리버 브록 베를린공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한다.


―어린아이를 닮은 AI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을 이해하는 눈치 빠른 AI, 유연한 지능을 가진 AI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도 사람과 의사 소통 경험이 있어야 한다.

노인 돌봄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의 로봇은 단순히 노인에게 필요한 약을 가져다줄 수는 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약을 직접 먹여주는 것까진 불가능하다.

차세대 AI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약봉지도 까서 주고, 약 먹을 때 필요한 물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로봇이 대중화될 것이다.

지금 연구실을 가정집처럼 꾸며두고 사람을 닮은 로봇 '페퍼'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도록 해뒀다.

홈로봇은 AI 스피커처럼 사람과 소통하고 직접 물건을 옮기기도 한다.

응용서비스로 장애아동 교수법, 보육 체험 및 놀이치료를 하고 가상 학습 환경과 교재를 만들 수도 있다.

가상 환경에서 아기 아바타 실험을 통해 발달장애 어린이를 위한 치료·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도 있다.


장병탁 AI연구원장(가운데)과 대학원생들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실제 AI로봇 대중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지금 단계에선 안 부딪히고 움직이는 방법, 떨어뜨린 물건을 인식하고 다시 잡는 기능 등을 개선하고 있다.

손바닥에 햅틱 센서를 달아 물건을 감지하거나 여러 카메라를 달아 물체가 있는지 없는지 감지하는 식이다.

2017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국제 로보컵 대회에서 우리 연구소가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담은 로봇이 우승하기도 했다.

앞으로 30년 안에 AI 로봇을 현실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30년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인간에게 적대적인 로봇이 나올 수도 있나.
▷실제로 할리우드 영화처럼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AI가 등장할 위험성도 있다.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는 영화 속 나쁜 AI도 허황된 일은 아니다.

AI의 윤리 딜레마이기도 하다.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는 것처럼 사람이 AI를 통제하면 스스로 똑똑해지기 어렵고, 자율권이나 동기를 주면 예상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반면 사람이 통제하며 지능을 넣어주는 것 자체가 지능을 제한하는 것이고 새로운 환경 적응에도 느릴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서 철학적·존재론적 고민이기도 하다.


―AI와 인문학이 융합할 수 있나.
▷AI는 다양한 학문과 융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이의 발달 이론이나 교육 이론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사람에게 실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론을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천문학·물리학 연구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녹여서 클러스터링하는 'X+AI'가 이 같은 개념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협력 연구가 외국에 비해 잘 안 되고 있다.

서울대 AI연구원에서는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융합연구를 활성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AI연구원(AIIS)은 어떤 곳인가.
▷AI연구원은 '가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연구를 한다.

지난해 12월 설립해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여러 학문 분야에 흩어져 있는 AI 전문가들을 한곳에 모으고 법학·인문학 등을 포괄한 다학제적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연구진 규모만 2000여 명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집담회'를 통해 여러 단과대 교수들 간 네트워킹을 마련하고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메이저 학회에 AI 관련 논문을 많이 내고 영향력도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점이 크다.

고급 인력을 서울대 안에서 양성하고 그 사람들이 외부에서 다른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최근 주력하는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게 앞서 말한 베이비 마인드다.

연구소를 어린이 놀이방처럼 알록달록한 블록과 장난감으로 꾸며놓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건을 집어다 옮길 수 있게 학습시키고 있다.

또 하나는 비디오 튜링 테스트(VTT)로, 드라마를 보며 줄거리와 사람 표정이나 감정 등을 인식하도록 해 사람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인기 드라마 '또오해영' '차칸남자' '미스코리아'를 보고 인간 수준의 비디오 이해 지능 기술을 개발시키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실제 배우들을 연구소로 불러 여러 표정과 감정반응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할 수 있도록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표정 데이터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후원을 받았다.


―우리나라 AI연구 지원은 잘 이뤄지고 있나.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성급하게 돈을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가치가 크지 않은 일에 소모되기도 한다.

단순 데이터를 모으는 라벨링 작업 같은 것들이다.

물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AI 연구 기초로서 필요하지만 그걸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한 숙제다.

AI 인력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데 대학 내 관련 학부 정원이 제한된 것도 문제다.

현재 컴퓨터공학과 정원 70명을 700명으로 대폭 늘려도 모자라다.

대학원 과정엔 인공지능협동과정과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 있지만 학부 인원도 절실하다.


▶▶He is…
1988년 서울대 컴퓨터공학 석사 졸업 후 1992년 독일 본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0년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회장, 2014년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머신러닝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지난해 12월 설립된 서울대 AI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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