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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쇼크’ 벼랑 끝에 선 아모레퍼시픽-희망퇴직·파격 인사…‘한 우물 전략’ 대수술
기사입력 2020-11-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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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대수술’에 들어갔다.

화장품과 오프라인 매장 위주 사업을 전개해온 ‘한 우물’ 전략이 코로나19 시대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파격 인사, 조직 개편, 디지털 사업 강화 등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이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화장품과 오프라인 매장 위주 사업을 전개해온 아모레퍼시픽의 ‘한 우물’ 전략이 코로나19 시대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다.

사진은 에뛰드하우스 매장 전경.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얼마나 어렵길래
▷실적 반 토막에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2086억원, 610억원.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3%, 49%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0억원으로 같은 기간 94% 급감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국내와 해외, 주요 채널 모두 실적이 동반 추락했다.

국내 사업은 면세점, 백화점, 방문 판매 등 주요 채널이 부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57% 감소했다.

해외 사업도 기대를 저버렸다.

3분기에 1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쳐, 지난해 동기 348억원에서 거의 반 토막 났다.


아모레퍼시픽은 부랴부랴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전 사 차원의 비용 절감, 임원 급여 삭감 등은 물론, 근속 만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아모레퍼시픽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1945년 창사 이후 7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경영진도 물갈이했다.

지난 11월 12일 김승환 그룹인사조직실장(51)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6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 신임 대표는 배동현 전 대표(65)와 무려 14살 차이가 난다.

그룹인사조직실장 등을 역임한 만큼 서경배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 조직 개편과 부실 사업 정리에 나설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뷰티 전문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디밀’에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디밀은 250여 명의 파트너 크리에이터와 함께 뷰티 콘텐츠와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뷰티 MCN 외에도 이커머스 플랫폼 ‘디바인(dVine)’, 자체 브랜드 ‘아워즈(Hours)’ 등을 운영한다.



▶한 우물 전략, 그땐 맞고 지금 틀려
▷화장품·브랜드숍 ‘쏠림’ 우려 현실로
아모레퍼시픽 자구책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만시지탄’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라이벌 기업인 LG생활건강 성공 비결과 정반대 노선을 고집한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 식음료까지 삼각편대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덕분에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장품 사업이 침체됐을 때도 다른 사업부가 호실적을 거둬 선방할 수 있었다.

또 더마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LG생활건강은 CNP코스메틱, 피지오겔 등 관련 브랜드를 인수, 적극적인 M&A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이렇다 할 M&A도 사업 다각화도 없이 오프라인 브랜드숍을 기반으로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했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K뷰티’가 급성장하던 2010년대 중반까지는 통했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 공략이 어려워지고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졌다.


이 같은 실착에 대해 업계에서는 1980년대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다각화 실패 트라우마’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신인 태평양그룹 시절 패션, 증권, 생명보험, 저축은행, 광고업, 건설, 스포츠 구단까지 다양한 산업에 진출, 1990년대 초에는 25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신사업에 대한 몰이해와 사업 간 시너지 부족으로 다각화는 금세 삐걱댔다.

본업인 화장품 사업을 제외한 다수의 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서경배 회장이 “당시 거의 망할 뻔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이후 서 회장은 ‘본업에 집중한다’는 기조 아래 화장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각했다.

3년 이상 흑자를 내던 알짜 계열사도 팔아치웠다.

이처럼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과 ‘한 우물(화장품)’ 전략이 당시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선택이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철저하게 본업에만 집중하며 보수적인 경영을 펼쳤다.

품질 경영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전략이었다지만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특히 중국은 사드 사태 같은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플랜B’가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영광 되찾으려면
▷온라인 채널 강화, 점주와 상생 ‘숙제’
아모레퍼시픽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온라인 채널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온라인·홈쇼핑 포함)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쟁사인 에스티로더가 약 35%(1분기 기준), 로레알은 23.7%인 데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신수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흔히 화장품은 직접 발라보고 사야 한다지만,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는 소비자 정보 탐색 행태가 이전과 달라졌다.

구매 후기를 공유하고 인플루언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에서 나아가 컨설턴트와 실시간 소통하고 온라인 피부 진단을 받아 나에게 맞는 화장품 샘플을 배송받는 시대다”라고 짚었다.


아모레퍼시픽도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뷰티 MCN 기업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아리따움 직영점 축소, 백화점 채널의 효율화 작업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단,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과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2257개였던 아모레퍼시픽 3개 브랜드(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가맹점 가운데 661곳(29.3%)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제품을 로드숍보다 30%가량 싸게 파는 ‘이중 가격 정책’을 펼친 때문이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점주들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온라인 시장 공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채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직접 매장을 오픈해왔지만, 요즘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진 플랫폼 기업과 제휴하는 식으로 진출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런 기업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온라인 경쟁력을 내재화해나갈 것이다.

가맹점주들과 상생을 위해서는 오픈마켓 등에서 로드숍과 같은 수준의 판매가를 책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면 화장품 샘플을 제공하는 식의 가맹점 방문 유도 마케팅도 지속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5호 (2020.11.25~12.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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