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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진 재계…"4대 독소조항, 주식회사 근간 흔들 것"
기사입력 2020-09-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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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규제 3법 논란 ◆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등 정부·여당이 내놓은 '기업규제 3법'에 대해 "기업 경영 활동을 침해하고 국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반대해 온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단은 수용하겠다"며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뜻을 밝히는 등 기업규제 3법을 막아줄 최후의 보루라고 기대했던 야당마저 법안 통과에 무게를 실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기업의 우려가 가장 큰 부분은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이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최소 1명 이상은 이사 선출 단계부터 따로 뽑고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 3%까지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계는 이에 대해 "보유 지분에 따른 다수결로 경영진을 선출하는 원칙이 주식회사 체제 근간임에도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 행사를 규제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기준 현대모비스(21.43%)와 정몽구 회장(5.33%), 정의선 수석부회장(2.62%)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9.38%에 달하는데, 이들이 감사위원 선임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기존에도 감사위원을 선임할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3%로 제한됐지만, 감사위원을 따로 뽑지 않고 이사진을 먼저 선발한 뒤 선발된 이사진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발했다.

이사진 선발 시에는 지분율 규제가 없어 최대주주의 경영권 제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인사는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경영권 관련 핵심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는 감사위원 선임 시 사실상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면 펀드나 기관투자가는 더 적은 지분으로도 연합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상법의 기본인 주주권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지적하며 "과거 소버린이 SK 지분을 2.99%씩 보유한 펀드 5개로 SK그룹 경영권을 공격했던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기업 경영 활동의 자유를 억누르는 독소 조항으로 꼽힌다.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도입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소송 요건을 너무 완화한 것이 문제다.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안은 비상장회사 주식 지분의 100분의 1이나 상장회사 지분 1만분의 1만 보유해도 해당 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자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비상장 자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외부 간섭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등 전략적 필요성을 감안한 경우가 많다"며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 가능성을 우려해 과감한 투자나 혁신보다는 위험 회피에만 급급하는 등 자회사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과 관련한 소송을 자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모회사 주주가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독립된 법인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등 투기 자본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시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는 3.9배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제5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코스피 상장사는 최소 135만원어치 지분만 있으면 자회사를 제소할 수 있고, 코스닥은 138만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도 독소 조항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담합과 공급 제한, 시장 분할, 입찰 담합 등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적 고발 권한을 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공정위의 전문적 판단 없이 검찰이 기업 수사를 직접 개시하면 검찰의 중복·별건수사로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고, 경쟁 사업자와 시민단체 등이 전문적 검토 없이 기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고소·고발이 남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주사 지분 규제 강화도 문제다.

개정안은 신규 지주회사를 세우거나 기존 지주사가 자·손자회사를 신규 편입할 경우 상장 계열사 지분 30%, 비상장사 계열사 50%를 보유하도록 지분율 규제를 강화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법을 토대로 삼성을 비롯해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30조9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비용으로 추가 고용할 수 있는 인원만 24만4000명에 이른다.


재계는 기업규제 3법에 포함된 독소 조항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1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시 기업 경영권 위협이 증대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소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 규제 완화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음껏 나설 수 있게 하는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위기 극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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