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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전임자 월급, 美·日선 노조가 부담…왜 우린 회사가 내나"
기사입력 2019-09-1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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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법 개정안 반대나선 재계 ◆
경제 5단체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노동계와 충돌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6월 민주노총과 ILO 긴급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집회 모습. [매경DB]

A조선사에서 일하는 노조 전임자는 지난달 말 현재 46명이다.

회사에서 이들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총 30억3000만원. 1인당 6522만원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만약 이들의 임금을 회사가 지급하지 않고, 노조 조합비로 충당한다면 이 회사 노조는 감당이 안 된다.

연간 노조 조합비가 21억2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노조 활동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 노조 전임자 급여는 조합비에서 줘야 한다며 노동조합법 등 정부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것이다.

A조선사가 조합비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을 충당하기 어렵다면 노조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2010년 시행 당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제도 △근로시간 면제 한도 제도(일명 타임오프제)가 10년 만에 또다시 노사관계에 폭풍의 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부분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4조 2항과 시행령은 2014년 헌법소원 사건까지 갔으나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이 났던 사항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는 노조의 자주성·독립성 확보에 기여하고 사업장 내의 노조 활동을 일정 수준 보호·지원해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노동3권 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경영계는 8월 한 달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끝에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다.


정부안은 현행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이 ILO의 '결사의자유위원회(CFA)' 권고에 반한다는 이유로 삭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조의 자주성·정당성·독립성·도덕성 차원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은 조합비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그 자체가 노조의 자주성과 도덕성을 손상시키는 것이며, 심지어 사용자의 지배와 간섭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산별노조 체제인 미국, 유럽의 경우 노조와 기업은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노조 전임자 급여는 노조가 알아서 할 일이지 기업이 간여하지 않는다.

기업별 노조 중심인 일본에서도 노조 전임자 급여는 노조 스스로 부담하는 관행이 정착됐다.


경영계는 심지어 노조 전임자가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것 자체가 ILO 협약에 정면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용자가 근로자 단체에 재정상 원조를 하면 통제·간섭행위로 간주하는 ILO 협약 제98호 제2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며 "ILO 상위 규범과 상치되는 법령 개정안을 수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입법 추진 자체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타임오프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안에서는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제도의 남용·유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0년 타임오프제가 도입됐던 초기에는 일하지 않아도 해당 시간을 유급근로로 인정해주면서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해 필요하다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한도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노조원이 노조 활동 외에 상급 노조의 정치파업 등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타임오프제가 유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실제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 내 근로자대표 활동에 한해 필요 최소한의 시간으로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운영되고 있다.


가령 프랑스에서는 기업위원회 위원, 종업원 대표, 기업 내 노조 대표에게 각각 월 10~20시간의 활동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독일은 기업 내 구성된 종업원평의회 위원에게 근로를 면제하고 사업장 규모(200명 이상)에 따라 위원 수를 규정한다.


경총 관계자는 "타임오프제가 도입된 이후 제대로 된 정부 통계도 없고, 기업마다 실태조사를 해보려고 해도 자료 제공을 꺼릴 정도"라며 "현장에서 타임오프제가 유용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으면서도 회사 입장에서 그 수치를 내보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사정"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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