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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쏟아붓고도…하위 20% 소득 겨우 562원 늘어
기사입력 2019-08-2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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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은 경기 부진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제자리걸음했지만, 고소득층의 소득은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증가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 저소득층의 소득이 하락세를 멈추고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정부의 정책 효과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소득층이 직접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꾸준히 감소한 대신 정부 재정을 동원한 각종 지원금이 이를 벌충해 겨우 상승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 증가에 액수상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전년 동기 대비 5만7464원(9.7%) 증가를 기록한 이전소득이다.

개인 간에 주고받은 돈인 사적 이전소득은 감소했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연금과 수당, 실업급여가 포함된 공적 이전소득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2분기까지만 해도 49만9631원에 그쳤지만, 2년 만에 65만2133원으로 30% 넘게 급증했다.

이전소득이 1분위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부터 근로소득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시장소득 분배지표와 가처분소득(세금 등 비소비지출액을 뺀 소득) 분배지표의 격차를 통해 정부 재정이 얼마나 저소득층 소득 보전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 지난 2분기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2018년 세법 개정으로 대폭 확대한 근로장려금(EITC)이 올해 9월부터 지급될 예정이어서 저소득층의 이전소득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대신 재정 투입 정책만 반복하는 사이 저소득층은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지난 분기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3만872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 폭이 15.3%(7만9229원)에 달했다.

시장에서 저소득층 일자리의 질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노인 아르바이트' 논란을 불러온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에 '올인'하고 있다.

가계동향조사는 2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는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혜 계층은 상당수가 독거가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1분위 근로소득 감소는 노인일자리 영향이 배제된 시장 일자리 문제점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의 일자리 상황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노인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떼어 낸 2인 이상 가구의 통계"라며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이를 시장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분기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15.8%(3만737원) 늘어났는데, 이는 자영업자들 소득 증가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자영업 불황 덕분이란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박 과장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2~4분위의 자영업자 가구 비중은 줄어든 반면 1분위 자영업자 가구는 크게 늘어났다.

자영업 부진의 여파로 상위 소득구간에 있던 자영업 가구들이 1분위 가구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업소득 비중이 높은 자영업 가구가 1분위에 증가하며 소득구조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세수 호황기를 맞아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재정 여건이 악화하는 국면에 유연하게 대처할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년간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마음껏 늘릴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감소에 따라 저소득층에 대한 일시적 지원들이 사라지고, 정부 재정에만 의존했던 저소득층이 소비를 줄이면 경기가 악화돼 세입이 다시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이 주장하는 선순환과 정반대의 악순환 위험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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