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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서도 우버 달리는데…한국에선 규제에 가로막혀"
기사입력 2019-08-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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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
이영면 차기 경영학회장, 김용준 현 경영학회장, 한인구 전 경영학회장(왼쪽부터)이 2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 하락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최근 한국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계제로' 상태에 놓여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내부 악재가 여전한 데다 미·중 글로벌 무역전쟁에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겹치면서 한국 기업들이 '퍼펙트 스톰(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난 초대형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활력 저하로 소비·투자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라 할 수 있는 한국 기업 경쟁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매일경제는 2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개막식'에 앞서 한인구 전 경영학회장(카이스트 교수·2017년 회장), 김용준 현 경영학회장(성균관대 교수), 이영면 차기 경영학회장(동국대 교수)과 함께 한국 기업의 위기 원인과 해결 방법을 들어봤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규제와 처벌 강화, 기업가정신 하락 등을 근본적인 위기 원인으로 진단했다.

특히 침체된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 이들 생각이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한인구 교수=기업이 국가 경제나 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일부 오너와 경영자의 잘못을 확대 해석해 기업에 대한 규제·처벌을 강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결국 기업인들의 의욕과 기업가정신을 하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제재,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한 이슈도 기업 경영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영면 교수=최근 경영 환경에 대한 정부의 규제적 관점이 기업가정신 약화로 이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지난 2~3년간 이어진 그룹 총수들에 대한 재판, 구속 등이 경영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기업 경영진에게도 큰 불안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용준 교수=제조업 중심의 수출 대기업이 최근 10여 년간 중국 제조기업이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원인이 크다.

내부 요인으로는 정부 규제와 노조 활동 강화, 기업가정신 황폐화 등을 꼽는다.


―코스피가 2500을 돌파한 지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다시 2000 아래로 내려간 것을 어떻게 보나.
▷이 교수=기업들의 실질적인 경쟁력 약화가 반영됐다고 본다.

기업 경쟁력은 기업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리스크를 비롯해 미·중 경제무역전쟁 및 한일 경제전쟁과 관련된 보호무역주의 대두,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과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지원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한 교수=실제 지난 수년간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과 성장성 등 모든 지표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이 기폭제가 됐다.

주가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 방향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노사 갈등과 임금 상승 등 노동 문제가 경쟁력 저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한 교수=미국, 독일, 프랑스 등 경제적으로 성공한 선진국도 심한 노사 분규를 겪었고 이를 현명하게 해결해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의 노사 관계에서 교훈을 얻고 경제적으로 실패한 베네수엘라, 그리스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교수=친노동이라고 주장했던 문재인정부도 노동계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노동관계 이슈를 쉽게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세대가 변하면서 신세대 노동자들은 개인주의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을 갖는 측면이 커지고 있다.


―정부나 국회, 시민단체의 기업에 대한 간섭이 점점 심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간섭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도 정부 중심이 아니라 시장 중심으로 정부 정책 기조가 옮겨가야 하는데, 현 정부는 이를 반대로 하고 있다.

정부가 과도하게 간섭하면 결국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부 남미 국가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교수=기업이 불법적인 일을 하면 처벌해야 한다.

그 외에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 간섭을 많이 할수록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어려워진다.


―각종 규제와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으로 혁신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도 많다.


▷한 교수=미국 스타트업 중 성공한 벤처를 한국에 가져다 놓으면 절반도 사업할 수 없을 정도로 규제의 벽이 높다.

우버와 같은 모빌리티사업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거의 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혁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적어도 미국, 중국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야 한다.


▷이 교수=혁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변화이고 관행의 타파다.

규제는 최소화되고 특정화해야 한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모든 내용은 허용된다는 식의 규제로 가야 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소재·부품에 대한 국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김 교수=공급 조달 다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부품·소재 국산화는 필요하다.

다만 100% 국산화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국내 소재와 부품 업체들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국산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단순히 1조~2조원을 투입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원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국적과 상관없이 좋은 소재·부품이면 쓰는 것이다.

최고 수준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키워야 한다.

연구개발(R&D)에 있어서는 국가가 큰 틀을 잡고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 교수=한일 무역전쟁에 대한 책임을 기업들의 안이한 대처로 몰아가는 것 또한 기업인들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이다.

국산화와 관련해서도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대다수 대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따라 경영해 왔는데 갑자기 원재료부터 최종 소비 단계까지 국내에서 해결하게 하라는 것은 향후 기업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래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유망한 산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교수=바이오, 온라인게임, 배터리.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 기업들이 민첩한 애자일(Agile) 조직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거대 기업의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이러한 특성을 갖춘 조직을 인수·합병(M&A)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한 교수=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전기차. 바이오의 경우 원래 위험이 높은 산업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키워서 새로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 교수=비메모리반도체, 에너지(배터리), 엔터테인먼트 및 콘텐츠(K팝 등). 수소차나 전기차는 아직 한국 기업들 경쟁력이 확실하지 않다.


[특별취재팀(정선) = 이진우 산업부장(팀장) / 한예경 차장 / 최승균 기자 / 서동철 기자 / 이덕주 기자 / 이상헌 기자 / 안갑성 기자 / 황순민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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