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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DJ 10주기, 그의 실사구시 정신을 다시 생각한다
기사입력 2019-08-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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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다.

10년 이상 가택연금과 망명, 6년간 감옥생활,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넘긴 김 전 대통령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는 인동초처럼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실현에 헌신한 정치 거목이었다.

특히 미·중 패권전쟁과 한일 갈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는 요즘 그가 보여준 탁월한 외교적 식견과 리더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전 대통령은 문제의식과 현실감각을 갖춘 '실사구시' 외교를 추구했다.

"우리에게 외교는 명줄"이라고 했던 그가 1998년 10월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실리 외교가 바탕이 된 성과물이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고, 김 전 대통령은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이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미국과의 동맹 등 양국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와 국익을 최우선순위에 놓은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일본 의회에서 "일본에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지금도 양국 지도자들이 경청할 만한 대목이다.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그의 중요한 업적이다.

한반도 분단 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2000년 6월 13일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남북 화해의 첫걸음을 뗐고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남북 화해를 추진하면서도 안보태세는 확고하게 유지했다.

또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대미 정책(용미론)을 추진해 미국과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피했다.

'용서와 화해'를 통한 국민 통합을 외쳤던 그는 정치적 이유로 자신을 탄압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고, 외환위기도 국민과 힘을 합쳐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그는 거창한 명분이나 이념보다는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중시했다.

지금처럼 한반도 4강 외교의 균열과 경제의 복합 위기, 적폐 청산과 진영 간 극한 대립으로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그의 실사구시 정신을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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