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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반란, `판관포청천`에서 `흑당버블티`까지
기사입력 2019-08-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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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진의 아유레디 대한민국-35] "개작두를 대령하라!"를 들으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방과 후 친구들과 모여 시청했던 중국 드라마 '판관포청천'이 떠오른다.

포청천은 실존 인물로서 송나라 때의 인물이다.

그가 부패한 정치인들을 엄하게 처벌하는 장면을 볼 때면 오늘날 (종종 들리는) 우리 정치인들의 사이다 발언은 저리 가라다.

지금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정의, 사적인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추구하며, 민초의 억울함을 통쾌하게 해결해주는 그가 바로 포청천이었다.

이런 정의 구현 드라마를 리메이크해보면 어떨까. 오늘날 시대정신에 정확히 부합할 듯해 보이는데. 이는 필자 만의 생각일까?
물론 현 20대에게는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는 '판관포청천'은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중국이 아닌 대만 태생이다.

어디 태생이 뭐 그리 중요할까? 그렇다.

중요하다.

우리가 1990년대 초 대만과 국교 단절했던 건 알고 있는가? 심지어 우리가 대만과의 국교 단절을 단 일주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사실은 아는가? 일주일이 아닌 3일 전에 통보했다는 풍문까지 있는데 말이다.

이는 중국과의 수교 때문이었다.

잘 알고 있듯이 당시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란 이데올로기를 주창했다.

물론 지금도.
이 때문에 대만은 그 흔하디 흔한 유엔 회원국도 아니다.

당시 중국의 세계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의 유엔 가입이 확실시되자 대만이 선두쳐서 유엔을 자진 탈퇴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판도라의 상자로 불릴 만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몇 달 전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것이다.

대만을 역내 정상국가과 동등한 지위로 본 것이고, 이른바 G2 패권전쟁 속에서 미국이 관세 부과에 이어 소위 "쨉! 쨉! 원 투!"를 날린 셈이다.

팽팽한 동북아 정세하에 대만을 향한 우리 대한민국의 스탠스가 어정쩡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척 흥미로운 점은 우리 국민 대다수는 대만을 그리 먼 나라로 느끼고 있지 않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양국 간의 활발한 문화교류 덕택이다.

사실 조금은 일방적인 상황이긴 하다.

한국 대중문화 열풍, 즉 '한류'는 이미 대만 사회를 상당 수준 휘어잡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국 간 인적 교류는 2018년 기준으로 관광객 수가 각각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양국 간의 통상 자료를 보면 한국은 대만의 5번째, 대만은 한국의 6번째 교역 파트너다.


이러한 문화 교류와 경제 협력 등은 분명 양국 간의 국제정치학적 이해관계와는 조금은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오늘날 한일 관계에서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정경분리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국교 단절 후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곧바로 서울과 타이베이에 각각 대표부급(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와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사무실을 설치했었으니 당시 처한 국제정치적 상황을 양국 간 어느 정도는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작년에 사달이 났긴 했지만, 중국이 우리 영토 내에 사드 배치를 암묵적으로 허용(인정?)하고 있는 듯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사드 문제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긴 하다.

이 말은 곧 우리와 대만 간의 관계 역시 국제정치의 역동성을 고려해 볼 때 (그리고 언론의 장난으로도)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만 사회 내에 반한이나 혐한 감정 같은 거 말이다.

그렇기에 대만과의 문화 교류와 경제 협력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너무도 밀접해서 국제정치의 외부 변수에 의해 쉽게 깨질 수 없을 정도로. 정보기술(IT)산업 내 교역을 더욱 활성화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국제분업구조하에 쉽진 않겠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특히 문화와 경제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영역은 우리 미래 리더들의 가치관이나 국가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산업이면 좋겠다.


예컨대 우리에게 친숙한 버블티 회사인 공차를 생각해보자. 대만에서 건너왔다.

재작년에 공차 한국법인이 대만 본사를 인수해서 지금은 한국 브랜드이지만. 공차에 이어 대만의 흑당버블티 전문점도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얼마 전 명동에서 한국 내 첫 매장을 연 춘지본가는 한국을 해외 진출 1순위로 정하고 브랜드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연웅 춘지본가 한국법인 대표는 대만은 경제적·문화적으로는 이미 하나의 시장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실제 춘지본가 매장에는 대만인 직원이 과반 근무하고 있고 흑당 등 대부분 원료도 대만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시장에는 국경이 없다.


판관포청천 드라마 포스터/사진=위키미디어(좌), 흑당버블티/사진=춘지본가코리아(우)

이렇듯 우리 사회 젊은 층이 이에 열광하면 할수록 향후 대만과의 관계는 긍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우리 모두를 휘어잡았던 포청천처럼 말이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해서 젊은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법한 대만 브랜드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수혈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이제 우리 차례다.

한류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우리의 스타트업 브랜드, 특히 대만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육성해 당장 대만으로 나가자.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보는 건 어떨까.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교부까지 합세해 정책 지원 방안을 섬세히 짜보는 것은 어떨까. 중장기적으로 말이다.

필자는 우리가 통일한국으로 나아가는 데 대만과의 관계는 특히나 중요할 것으로 본다.

대만과의 관계가 훗날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협상력, 소위 통일한국을 지지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거라고 말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본 칼럼은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 기관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

[백승진 유엔 경제사회위원회 정치경제학자]
※ 유엔 경제사회위원회 소속 정치경제학자이자 현재 유엔사무국 서아시아 대륙본부인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ESCWA) 경제정책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전에는 아프리카경제위원회(ECA)와 중남미경제위원회(ECLAC)에 소속되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한 개도국의 정치·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힘썼다.

저서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말한다면, 불평등의 한국 사회 진단과 해법' '신근대화 정치경제론(The Political Economy of Neo-modernisation)'과 '아유레디? 준비하라! 내일이 네 인생의 첫날인 것처럼' 등이 있고 다수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며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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