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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대, 공항 점거…여객기 운항 중단
기사입력 2019-08-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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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 출국장에 모여 경찰의 무력 사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공항당국은 성명을 내고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 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12일 오후 4시(한국시간)부터 홍콩국제공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지난 9일부터 나흘째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자 홍콩 당국이 '항공편 운항 중단'이란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홍콩을 오가는 관광객의 발이 묶이는 상황이 속출하고, 사태를 진압하려는 홍콩과 중국 당국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홍콩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기 20여 편도 결항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천 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터미널로 몰려들어 연좌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공항 출국수속 등이 전면 중단됐다.

공항당국은 이날 오후 긴급성명을 발표하면서 "출발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며 "체크인 수속을 마친 출발편 여객기와 이미 홍콩으로 향하는 도착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승객들의 수속, 공항 보안을 방해하는 시위로 인해 항공 운항 업무에 심각한 지장이 생겼다"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앞서 홍콩 공항당국은 이날 정오부터 공항 보안을 강화해 24시간 이내 출국하는 항공 티켓 등이 있어야만 출국장인 '터미널1'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대만 TVBS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홍콩 당국은 항공편 운항 중단뿐 아니라 대규모 경찰을 공항에 배치해 시위대 해산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홍콩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인터넷 네트워크를 전면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재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 집결해 있는 중국 무장경찰이 투입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다"며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또 내비쳤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 중국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이를 찍은 동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2일 시위대 점거로 홍콩국제공항 여객기 운항이 이날 오후 전면 중단된 가운데 전광판에 운항 취소를 알리는 공지가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공교롭게도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웨이보 공식 계정를 통해 "인민 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 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해 홍콩 시위 진압에 투입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홍콩 기본법 18조에 따르면 홍콩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혼란으로 인해 국가안보나 통일에 위협이 가해지는 '비상사태'에 이르면 중국 중앙정부가 관련법에 근거해 홍콩에 개입할 수 있다.


 애초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홍콩국제공항에서 시위를 벌인다고 예고한 바 있다.

12일 시위는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전날 침사추이 지역에서 이뤄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될 위기에 처하자 이에 분노한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를 이어나간 것이다.


 이날 공항 시위에는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을 기리는 의미에서 헝겊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나선 홍콩 시민이 많았다.

일부 시위대는 '깡패 경찰아, 우리에게 눈을 돌려다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전날 시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항터미널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지난 6월 9일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를 한 이후 10주째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 출신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는 '백색테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빈과일보에 따르면 전날 홍콩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옷에 '푸젠(福建)인'이라고 새긴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다니면서 시위대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 무렵 이들은 노스포인트 지역 한 건물 밖에서 시위대와 시민을 구타했고, 오후 6시께 현장을 취재하던 명보 기자가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위대의 과격성과 폭력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이날 논평에서 "시위대의 폭력 행위가 홍콩 시민의 일상생활을 훼손하고 있다"며 "한마음으로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척결하고 홍콩의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홍콩 당국이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항공편 운항 중단 등 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이 홍콩 당국의 배후에서 이를 용인하고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홍콩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공항에서 발목 잡힌 현재 상황을 전달하는 현지 관광객의 글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시위대가 모인 사진과 함께 "집에 가고 싶다"며 "공항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는데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다른 네티즌은 "국제전화가 비싸지만 어서 예약한 항공사에 전화해 조치하라"며 "진심으로 심각한 상황인 만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 공항당국은 "13일 오전 6시(현지시간)부터 여객기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공항당국은 각 항공사와 이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공항이 매우 천천히 정상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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