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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죄성립 다툴 여지"…삼바 분식회계 수사 제동
기사입력 2019-07-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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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날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회삿돈 횡령·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 지난 5월 22일엔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 16일에는 분식회계(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와 횡령 혐의까지 더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특히 법원은 지난 20일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범죄 성립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혐의 성립 여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김 대표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수집이 돼 있는 점을 비춰 현 단계에선 구속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김 대표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알려진 분식회계 혐의가 명확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명 부장판사는 검찰 출신으로 비교적 검찰 수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가 기각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임직원 8명이 구속됐는데, 증거인멸이 이뤄진 목적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분식회계 의혹 입증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검찰은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기획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검찰은 김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그룹 전·현직 수뇌부들을 소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윗선'으로 가는 길목인 김 대표 영장 발부가 또다시 가로막히면서 수사 진행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달 말로 예정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다음달 진행될 검찰 후속 인사가 이뤄질 경우 현재 수사팀의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수사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검찰 측은 삼바 수사의 흐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면서 회사 경영에 차질을 주고, 미래 성장동력도 훼손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건과 관련해 주요 경영진의 소환조사가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신수종 사업으로 성장시켜온 삼성바이오의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구속 등이 이어지면서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챙기고 위기 상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다.


삼성전자는 D램값 하락세 등 메모리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증대, 삼성바이오 수사 등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기능 저하와 조직 동요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대형 악재인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터지면서 사상 초유의 '퍼펙트 스톰'(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난 초대형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회계학계와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단정 짓기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시각이 강하다.

회계학을 전공한 한 대학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은 일반적으로 분식회계라고 일컫는, 없는 매출이나 이익을 가짜로 만들어 기업의 실적을 부풀리는 범죄와는 다른 성격"이라며 "자회사의 가치를 언제·어떻게 판단했느냐가 핵심으로 그 과정에서 일부 공시누락 등의 문제를 가지고 범죄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에 이어 감리위·증선위 등의 논의를 거친 결과에 대해 행정법원에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점만 보더라도 여전히 공방의 여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최근 검찰이 회계 문제가 아닌 증거인멸 여부에 천착하는 것만 봐도 검찰의 고민을 알 수 있다"며 "행정법원의 판단을 참고할 때 형사사건 부분도 대법원까지 가야 확실한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선 감독당국의 무리한 판단이 이후 법적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의 공시누락 고발 이후 증선위는 삼성 측의 분식회계 정황 등 비정상적인 회계를 지적한 바 있다"며 "삼바에 대한 형사처벌 부분은 행정처분과는 다른 영역이지만 향후 적절한 사법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 송광섭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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