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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따라 뒤죽박죽…맥주·생맥주·소주 세금체계 `제각각`
기사입력 2019-07-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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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에 누더기 된 세제 / ③ 임기응변 되풀이하는 세정 ◆
"발표 시점을 4월로 못 박는 순간 증류주 주세 개편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
올해 주세 개편 작업에 참여했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모든 주종의 과세 체계를 종량제로 바꾸겠다던 정부 계획이 시작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맥주 업계는 수년간의 공개 논의를 거쳐 겨우 업체 간 합의에 도달했는데, 증류주 업계는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온 뒤에야 논의가 시작돼 준비 과정이 6개월도 되지 못했다"며 "이해당사자 간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진이 아무리 방법을 강구해도 답이 도출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5일 발표된 정부의 주세 개편안은 누더기 세법을 양산해 온 1년짜리 세법 입법구조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50년 만의 주세 개편'이란 거창한 구호가 붙었지만 본격적 논의는 반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주세 개편안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논의 기간이 7월(세법 개정안 발표 예상 시점)을 넘어서는 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스스로 개편안 발표 시점을 4월로 못 박은 것도 논의 기간 단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결과는 맥주와 탁주만 종량세로 전환하고, 나머지 주종은 장기 과제로 방치하는 또 다른 누더기 세법이었다.

기존에도 주종에 따라 8개로 분화됐던 주세 세율에 종가세·종량세란 변수가 추가돼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세법 개정안을 1년 이상 장기간 준비한다는 개념 자체가 사실상 없다"며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은 다년간 준비가 필요한 작업인데 당장 올해 세법 개정안에 어떻게든 주세 개편을 넣어야 한다는 명제만 남아 혼란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의 세법 논란이 미봉책 수준의 맥 빠진 개편으로 결론 나는 것은 주세 개편안만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가업상속 관련 세제 개편 역시 20년 만의 세율 조정과 가업상속공제 매출 기준 확대 등 굵직한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향후 가업 유지 조건 완화 등 미세 조정에 그치고 말았다.


반쪽짜리 개혁이 끝나고 장기 과제로 남은 사안은 이후 동력을 상실하고 지지부진해지기 일쑤다.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면 정부의 연례 인사 조치로 관련 담당자들이 일제히 교체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종교인 과세 논의에 대해 종교계 대표로 활동 중인 A씨는 "종교인 과세 입법이 이뤄진 이듬해부터는 교체된 정부 실무진이 '내 작품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공무원들이 자기 작품에 열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후속 작업에도 목매야 할 종교계 입장에서는 야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50년 논란 끝에 2017년 입법된 종교인 과세는 퇴직소득 과세 등 후속 과제가 산적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용두사미' 논란 속에 여정을 마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역시 1년짜리 시야에 갇힌 세제 운용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재정개혁특위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던 당초 목표는 2010년 영국 정부가 조세전문가들을 모아 향후 50년 세제 운용의 청사진을 그린 '멀리스 리뷰(The Mirrlees Review)'와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생각은 1년 단위에 갇혀 있었다.

재정개혁특위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특위 학자들은 100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특위가 발표하는 민감한 세법 관련 내용이 당장 추진될 것처럼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특위 위원들과 당장 올해 발표해야 하는 세법 개정안에만 관심이 많은 공무원들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올해 초 공개된 재정개혁특위의 최종보고서는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선언적 내용만 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정개혁특위에 참여했던 또 다른 교수는 "정부의 세법 개정 작업 논의를 수차례 함께했는데, 결론 내기 어려운 주제들은 장기 과제라 명명해 발표하곤 한다"며 "이런 것들은 사실상 정부 의지가 없다고 보면 되는 과제다.

해마다 바뀌는 담당자들이 과거에 작성해 둔 장기 과제를 신경 쓸 것이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권 후반기에는 더더욱 단편적인 개편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그나마 정권의 힘이 강한 임기 초반에는 반발이 예상되는 세제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지만, 정권 말로 갈수록 여론을 신경 써 무난한 과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며 "출범 초기에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종부세를 밀어붙인 현 정권도 임기 말에 같은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내년 4월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정상적인 세법 개편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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