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불화수소 같은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반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일본의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10일)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급히 불러들였습니다.
이 소식, 보도국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상훈 기자, 문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게 꽤 오랜만이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 1월 15일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약 6개월 만입니다.

지난 번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규제완화 등이 이슈였다면, 아시다시피 오늘은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가 화두였습니다.

간담회에는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을 포함해 총 자산 10조 원 이상의 30개 기업 관계자들 그리고 경제 4단체장이 참석했는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에 가 있어 다른 임원이 대리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진행됐는데요.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기업인들이 사전 시나리오 없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 앵커멘트 】
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지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는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 기자 】
문 대통령은 먼저 "일본 정부가 화답해 달라.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무역' 문제가 아닌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하면서 "아무 근거 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모두발언에서 '단도직입', '전례 없는 비상 상황' 등 평소에 쓰지 않았던 강한 용어를 사용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의 무역 갈등이 국제교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의 둔화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면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앵커멘트 】
대통령이 특히 민관 공조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 기자 】
해법 중 하나로 민관 비상대응 체제를 제시한 겁니다.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하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단기적인 해법과 근본적인 해법을 함께 거론했는데요.

단기적 대책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 정부가 힘쓰는 것은 물론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그 절차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 협조도 당부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며 "국회도 필요한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앵커멘트 】
일각에선 '청와대에 너무 자주 부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데,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 기자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재계 일부에선 '기업 현안도 쌓여 있는데, 정부끼리 풀어야 할 문제를 기업들까지 끌어들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대신 통상·외교 전략가를 전진 배치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오늘 행사에서 기업인들 발언은 비공개로 진행됐는데요.

기업들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국가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만큼 대승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앵커멘트 】
일본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아무쪼록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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